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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아니면 초고가… 마트·백화점의 눈물 겨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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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더 싸게, 백화점 더 비싸게
2019년 유통가 명암… 대형마트·백화점 돌파구는


초저가 아니면 초고가. 2019년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극과 극을 달렸다.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아주 싼 것과 아예 비싼 것만 팔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비 양극화는 유통업체들의 성패도 갈랐다.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최저가를 찾아 온라인으로 떠나면서 대형마트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초고가 명품을 등에 업은 백화점은 그나마 선방했다. 올 한해 희비가 엇갈린 대형마트와 백화점. 이들의 달라진 전략을 살펴봤다. 


◆대형마트, 온라인 초저가 맞서 

대형마트업계는 올 한해 초저가 전쟁을 이어갔다. 이마트는 ‘국민가격’, 롯

데마트는 ‘통큰할인’, 홈플러스는 ‘빅딜가격’이라는 이름으로 저마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세워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시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월에 벌어진 생수대전이다. 먼저 이마트가 ‘국민가격’의 일환으로 생수 가격을 인하하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더 낮은 가격을 내세워 맞불을 놨다. 2ℓ짜리 생수 1병당 가격은 이마트 314원, 롯데마트 275원, 홈플러스 265원 꼴이다.

최근에는 이 전쟁이 와인으로 번졌다. 이마트가 지난 8월 출시한 4900원짜리 와인이 인기를 끌자 롯데마트는 이달 이마트보다 100원 저렴한 와인을 출시했다. 홈플러스도 같은 달 다양한 와인 행사를 전개하며 전쟁에 참전했다. 

대형마트가 초저가 전쟁에 나선 건 온라인에 뺏긴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10월 온라인쇼핑 누적 거래액은 109조223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2% 증가했다. 온라인쇼핑이 팽창하면서 기존 유통강자였던 대형마트의 실적은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



올해 1~3분기 대형마트의 전년동기대비 매출 감소율은 3.1~8.1%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분기 국내 영업점 영업이익이 90%나 급감해 20억원에 그쳤고 매출액도 1조 2820억원으로 6.7% 줄었다.

결국 대형마트는 온라인 ‘최저가’를 찾아 떠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 것. 효과도 일부 보고 있다. 이마트 초저가 와인(4900원)은 100일 만에 84만병이 팔려나갔고 롯데마트의 ‘통큰치킨’(5000원)은 매달 전국 지점에서 10만개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백화점, 명품으로 회복 기대 

반면 백화점은 최근 들어 이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0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 늘었다.

유통가의 침체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양대 백화점의 영업익 두자릿수 성장은 예상 밖의 선전이다. 이 같은 성과를 낸 건 초고가 명품의 영향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비중은 올해 1~3분기 내내 20%대를 유지하며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도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17년 사드 사태로 5.5%까지 내려갔지만 지난해 18.5%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는 전년동기대비 24.7%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17년 18.5%, 2018년 20.2%에서 올해 8월까지 32.5%로 상승세다. 

이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백화점은 명품을 생존 전략으로 삼았다. 명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 온라인쇼핑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근에는 백화점 비주류 고객인 10~20대 사이에서도 명품이 유행하고 있어 꾸준한 성장세가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까르띠에·불가리·구찌·티파니 등 명품 매장을 개편했다. 현대백화점도 버버리·페라가모·에르메스 등 매장을 재개장하고 알렉산더맥퀸·브레게 등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명품 팝업스토어를 잇따라 열기도 했다. 

업계는 내년에도 명품 라인을 강화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1층 화장품 라인을 명품 브랜드로 교체했다. 부산점도 ‘루이비통 맨즈’를 오픈하는 등 명품 라인 확대에 적극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명품 라인을 갖추지 못한 신촌·미아·중동·울산·가든파이브 등의 점포에 명품 입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극과극 전략, 내년에도 지속될까 

내년에도 대형마트는 초저가, 백화점은 초고가로 부침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가격 경쟁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역시 명품에 힘을 주고는 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명품 브랜드 매장의 수수료율은 다른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올해 벌어진 초저가 가격 경쟁은 대형마트들이 마진을 포기하며 출혈경쟁을 벌인 것”이라며 “그러나 승자가 아무도 없다. 사실상 대형마트끼리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에 대응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커머스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게 움직이는 반면 대형마트는 10년 전 규제를 아직까지 받고 있다”며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대형마트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백화점에서 나서서 유치를 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낮기 마련”이라면서도 “명품 매출이 적지 않고 명품 자체가 백화점 점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명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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