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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민족 된 ‘배달의민족’… 누가 울고 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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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배민 인수합병 승인할까
김봉진과 해외 투자사만 웃었다… 소비자·업주 ‘울상’ 
우아한형제들 방문자센터. /사진=뉴스1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던 배달의민족(배민)이 게르만민족이 됐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다. DH는 이미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 중인 상황. 여기에 1위 배민까지 DH에 흡수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김봉진 대표는 왜 배민을 팔았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인수한다. 인수 대상 지분은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퀘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 등 해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이 대부분이다. 주주 각각의 지분율과 투자 원금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거래로 기존 주주들이 얻게 될 수익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조7500억원. 설립 초기 기업가치가 100억원 미만였던 것과 비교하면 400배나 뛰어올랐다. 우아한형제들이 2011년부터 7차례에 걸쳐 받은 외부 투자액은 5000억원 규모다. 투자자 입장에서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다. 

나머지 지분 13%는 김봉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보유 몫이다. 해당 지분은 현금화하지 않고 DH 본사 지분으로 받게 된다. 지분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6000억원 수준.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지 10년도 안 돼 2만배로 불어났다. 이로써 김 대표는 주식부자로 올라섰다. 김 대표 지분율은 4~10%로 추정되며 수천억원의 매각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명예까지 챙겼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하는 합작사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취임한다. 이를 통해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은 물론 DH의 아시아 11개국 사업 전반을 경영할 방침이다. 또한 DH 본사에 구성된 글로벌 자문위원회 멤버 3명 중 1명으로 DH 경영에도 참여한다.

업계에선 김 대표의 결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아시아시장을 진두진휘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활로를 뚫었다는 평가와 한국 유니콘이 독일 기업에 팔리면서 ‘국부 유출’을 만들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김봉진 대표가 몇년 전부터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어한 걸로 안다. 하지만 은퇴하지 않고 남아 아시아시장을 리드하겠다는 것은 우아한형제들을 위한 선택”이라면서도 “시장 독점 여부는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독일기업이 독식한 한국시장

득을 본 경영진 및 주주들과 달리 시장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DH가 요기요, 배달통에 이어 배민까지 세 업체를 한손에 쥐면서 국내시장을 독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민(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등이다. 한식구가 된 세 업체의 비중은 99%에 달한다. 

이런 우려를 인식한 듯 우아한형제들은 합병 이후에도 배민, 요기요, 배달통의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세 업체가 사실상 하나의 기업인 만큼 경쟁에 나설 유인은 떨어진다. 오히려 출혈경쟁을 줄여 비용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배달앱 의존도가 높은 가맹점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업체들이 담합에 나설 경우 가맹점주의 선택권은 사라지고 수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우아한형제들은 중개수수료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점주들은 믿지 못하는 눈치다. 배민의 주문건당 중개수수료는 5.8%(내년 4월 적용), 요기요는 12.5%다. 배민이 수수료를 높일 여력은 충분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독일 자본에 90% 이상의 배달앱시장이 지배 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배민은 2015년에 건당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선언하더니 결국 다시 부활했다. 여기에 합병까지 하면 배민이 완전히 요기요 체제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며 “점주 입장에선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공정위 판단 쟁점은 

여론 외에도 우아한형제들이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식거래 적정성(기업결합) 심사다. 공정위가 이번 합병으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고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지만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 결합은 금지한다는 것이 공정위 원칙이다. 

다만 공정위가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공정위는 시장 획정을 한 뒤 그 범위 내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를 판단한다. 공정위가 시장을 배달앱에 국한하지 않고 관련업계로 확대한다면 시장점유율 계산은 달라진다. 

실제로 2011년 옥션과 지마켓의 합병 때도 시장 독과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시장 획정이 독점 판단을 갈랐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당시 두 업체의 오픈마켓시장 점유율은 70%. 하지만 이커머스업계로 시장이 획정되면서 두 업체의 점유율은 40%로 줄어들었고 공정위 승인을 받았다. 

우아한형제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선조치를 취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합병 발표 당시 “배민은 토종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 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고 언급했다. C사 즉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업체를 경쟁사로 표현해 시장의 범위를 넓혀둔 것이다. 

공정위 심사는 최대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시장이 협소하긴 하지만 배달 및 배송시장이 전반적으로 커졌기 때문에 시장획정이 애매할 것”이라며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O2O) 서비스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일~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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