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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테라!"… '사즉생 카드' 먹혔다

CEO In & Out /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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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들었던 맥주사업에 마침표를 찍고자 합니다.” 지난 3월13일.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6년 만의 맥주 신제품, ‘테라’ 출시를 선언하는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의 목소리에 비장한 긴장감이 실렸다. 평소 차분하고 정돈된 말솜씨를 자랑하던 김 사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함을 되찾았다. “‘테라’ 성공을 위해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할 때는 김 사장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사진제공=하이트진로

◆'사즉생 카드' 초록맥주 도전장

하이트진로는 이날 청정라거맥주 테라를 시장에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가 새로운 맥주 브랜드, 그것도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레귤러 라거시장에 경쟁 제품을 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맥주 브랜드 ‘하이트’만으로 국내 1,2위를 다투는 맥주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하이트진로의 맥주 성장 동력은 바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판매량은 차치하고라도 여기저기서 터지는 문제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시장에서 수입맥주 공세에 밀리는 와중에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공장 매각 검토 등의 이슈에 치였다.

성적도 암울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맥주사업에서 1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보다 적자폭을 줄였지만 2014년부터 5년째 적자를 이어왔다. 누적 손실액은 900억원에 달한다. 한때 50~60%를 유지하던 맥주시장 점유율도 2012년 오비맥주에게 1위를 빼앗긴 뒤 지난해에는 25% 수준까지 주저 앉았다.

하이트진로는 고민했다. 그리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테라라는 신제품 출시는 꺼져가는 맥주부문에 새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김 사장과 하이트진로의 고민의 산물이다. 김 사장은 더 이상 하이트라는 대중 브랜드만으로 맥주사업에서 제2 도약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출시 39일 만에 100만상자… 2억병 돌파

예상은 적중했다. 테라는 출시 이후 돌풍에 가까운 판매 속도를 기록하며 맥주시장을 뒤흔들었다. 출시 39일만에 100만 상자(한 상자당 10ℓ 기준) 판매를 돌파했고 97일만에 300만 상자, 152일만에 600만 상자를 판매하면서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7,8월 여름 성수기 시즌에만 300만 상자 이상 판매하며 2억병 판매를 넘어섰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8월27일(출시 160일) 기준 누적판매 667만 상자, 2억204만병(330ml 기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초당 14.6병 판매된 꼴로 병을 누이면 지구를 한바퀴(4만2411.5㎞) 돌리고도 남을 길이(4만6500㎞)의 양이다.

테라 돌풍은 지난 여름 성수기 시즌 유흥시장의 판도를 뒤집어놨다. 테라를 포함 하이트진로 유흥시장 맥주 판매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유흥시장의 중요 지표로 여겨지는 맥주 중병(500ml)의 7~8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약 96%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출시된 ‘진로이즈백’ 역시 테라 돌풍의 뒤를 잇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사측에서 정한 1년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다. 출시 72일 만에 1000만병이 팔렸다. 진로이즈백은 뉴트로 트렌드에 안착하며 상승세를 탔고 오리지널 진로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기존 4050세대뿐 아니라 2030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뿐 아니라 참이슬·진로와의 시너지 효과, 7월 중순 출시한 테라 생맥주 확대 등으로 하반기에도 판매 가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25% 수준이던 하이트진로의 7~8월 맥주시장 점유율이 40%대로 올라갔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테라와 진로의 상승세에 발포주 필라이트의 선전까지 더해졌으니 상당한 재미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임 ‘맑음… 재도약 기운 넘친다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성과에는 김 사장의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는 영업과 생산 현장에서 리더십을 충실히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입사한 김 사장은 올해로 하이트진로에서 만 30년 근속을 채운 ‘하이트진로맨’이다. 그는 경영기획, 영업, 인사, 총무 등 사내 중책을 두루 거친 뒤 2011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이후 지금까지 9년째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테라는 물론 필라이트와 진로이즈백 브랜드 론칭 역시 김 사장이 진두지휘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김 사장의 안목에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더해지면서 하이트진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필라이트와 테라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증권가는 내년 하이트진로의 맥주영업 흑자 전환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김 사장의 내년 초 대표이사 연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주사업이 안정적인 성과를 내왔고 맥주사업 재기 발판까지 마련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창립 100주년을 5년 남긴 올해 하이트진로는 김 사장이 주도한 '신의 한수'로 재도약의 기운이 넘쳐난다.

☞프로필
▲1962년생 ▲연세대학교 수학과 졸업 ▲1989년 10월 하이트맥주 입사 ▲2007년 12월 하이트맥주 상무보 ▲2008년 10월 하이트맥주 상무 ▲2009년 11월 하이트맥주 전무 ▲2010년 10 하이트맥주 부사장 ▲2011년 4월 하이트맥주 사장 ▲2011년 9월 하이트진로 영업총괄 사장 ▲2012년 5월 하이트진로 관리총괄 사장 ▲2013년 12월~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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