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25년 1등 만두 ‘링링’ 제친 대한민국 만두

기사공유

“원더풀, 코리아 푸드.” 푸른 눈의 미국인들이 한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에 부는 한식 열기는 영화나 K-팝 같은 콘텐츠만큼이나 뜨겁다. 이른바 ‘K-푸드’로 인정받은 한국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결과다. 세계 넘버원, 미국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며 뛰어든 지 어느덧 10년.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장에서 큰손이 돼버린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미국 투자와 한식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에 부는 한식 열풍은 어느 정도일까. <머니S>가 창간 12주년 특별기획으로 미국 현지를 찾아가 한국기업들의 브랜드 활약상과 미래, 문화 한류 등 K-푸드의 위상을 집중 점검해봤다.<편집자주>

[K-푸드, 미국을 홀리다-②] 한식 세계화 일등공신 ‘비비고’

# 비비고 만두가 최근 몇년 사이 ‘미국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무려 25년간 미국 만두시장을 독점해 온 중국 만두 브랜드 링링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미국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가 올해 미국시장에서만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의 맛. 한식 세계화 브랜드 일등공신은 ‘비비고 만두’다.

지난 8월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차를 몰고 1시간30여분을 달렸을까. 오렌지카운티의 플러튼 지역에 들어서니 CJ푸드(CJ제일제당 미국법인)의 미국 현지 냉동공장인 FMC사업장이 보인다. 2013년 말 완공된 이 공장은 전처리부터 가공, 포장까지 한국식 만두 제조공정을 그대로 적용한 축소판이다. 200여명의 근로자들은 비비고 만두 생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에선 월마트, 크로커,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할 비비고 냉동만두 77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CJ 비비고 왕교자, 비비고 만두. /사진제공=CJ제일제당

◆‘성형’ 거쳐 탄생된 비비고 만두

FMC사업장 안에선 ‘비비고 만두의 탄생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공장 안은 영상 15도 정도로 서늘했지만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가 훅 느껴졌다. 선별기나 절단기 등 여러대의 기계가 굉음을 내며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만두피가 기계 안에서 빠른 속도로 뽑아져 나왔다.

비비고 만두 제조공정은 크게 세가지. 이물 선별과 절단, 세절 등이 이뤄지는 전처리 단계와 성형, 선별, 증숙, 동결이 이뤄지는 가공단계, 마지막으로 포장하는 단계로 구분된다.

김규원 FMC 생산공장 총괄 공장장은 “최적의 설계에 따라 최적의 맛을 구현하도록 공정을 배치했다”며 “비비고 만두 인기가 높아지면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1개씩 라인 증설을 단행했고 현재 3개의 라인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공 단계에선 만두소와 만두피를 결합해 모양을 만드는 성형과정을 거친다. 이 공정이 끝나자 우리가 아는 만두 모습이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만두를 빚을 때 피가 겹치는 부분을 얇게 만들기 위해 물결 모양 성형기를 개발했다.

김 공장장은 “만두피가 겹치는 부분이 두꺼우면 밀가루맛이 강하게 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비고 만두만의 성형기를 개발했고 특허를 받았다”며 “한국공장과 마찬가지로 미국공장에서도 이 기계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형을 끝낸 만두들은 컨베이어벨트 위로 이동해 증숙기 안으로 다시 모습을 감췄다. 99도에서 약 5분간 쪄서 익혀진 만두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이후 영하 40도에서 18분 동안 급속냉각돼 포장된 만두는 여러 유통경로를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FMC사업장에서 생산되는 만두는 연간 1500억원 규모, 2만톤에 이른다.

김 공장장은 “모든 공정이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졌고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기계를 멈출 수 없다”며 “365일 24시간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원 FMC 생산공장 총괄공장장. /사진=김설아 기자

◆‘냉동’ 만두 이미지 벗고 헬시푸드로

CJ푸드는 뜨겁게 돌아가는 미국공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만두시장에서 전년보다 약 40% 성장한 매출 24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비비고 만두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25년간 미국 만두시장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 링링을 제치고 얻은 성과다. CJ는 올해 비비고 만두로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2020년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려 독보적인 1등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비비고 만두가 미국 만두시장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2010년 비비고 만두가 시장에 선보여지기 전까지 미국에서 만두는 저렴한 중국 냉동 음식 이미지가 강했다. CJ가 첫번째 잡은 포인트는 이미지 차별화다. 만두시장 사이즈 자체를 키우기 위해선 ‘인스턴트 푸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웰빙 푸드’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비비고 만두의 생산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아시안 푸드’로 포지셔닝했다.

일례로 대표적인 미국 베스트셀러 만두 제품인 ‘치킨& 실란트로 미니 완탕’의 경우 얇고 쫄깃한 피가 특징으로 크고 두툼한 중국 만두피와 대조를 이뤄 건강한 이미지를 전달했다. 메인 속 재료 역시 중국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돼지고기 대신 미국인들이 건강한 육류로 여기는 닭고기를 선택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비비고 왕교자에는 비프 소고기가 메인 재료다. 여기에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시아 향신료인 실란트로(고수)를 넣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양성원 CJ푸드 사업관리팀 담당자는 “기존 만두 기술력에 현지화된 제품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포자용 만두인 스팀덤플링의 경우 트레이형에 6개씩 만두가 담겨 있어 전자레인지 문화인 미국인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진 ‘비비고 만두’의 건강한 맛과 조리의 편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만난 제임슨씨는 “밀가루 반죽이 얇고 속이 꽉찬 데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정말 맛있다”며 “맛있는 걸 넘어 좋은 재료로 만들어져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추켜세웠다.


CJ 만두 제품 제조 과정. /사진=김설아 기자

◆슈완스와 시너지… 냉동분야 넘버1 도약

CJ제일제당은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앞으로도 미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식품기업인 애니천(2005년), 옴니(2009년), TMI(2013년), 카히키(2018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지난해 말 약 3조원 가치의 미국 대형 식품기업 슈완스 컴퍼니(이하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슈완스는 1952년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전국 단위 냉동식품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미국 내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 중이다.

슈완스를 품으면서 CJ제일제당은 캘리포니와를 비롯한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4배 이상인 22개로 대폭 확대됐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CJ푸드는 비비고 만두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카테고리 확대도 예고했다. 만두, 면 중심의 간편식 품목이 피자, 파이, 애피타이저 등 대중적인 카테고리로 확대되면서 한식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보한 현지 생산기반과 브랜드, 영업 역량 등을 토대로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 규모를 올해 3조원을 달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특히 슈완스와의 시너지 극대화에 집중해 2022년에는 미국 식품사업 매출을 4조6000억원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아시안 냉동식품사업 분야 넘버원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게 CJ가 잡은 목표다.

김규원 FMC 생산공장 총괄 공장장
“비결은 발 빠른 현지화”

▶미국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 미국에 진출한 다른 식품회사들보다 빨리 현지 제조공장을 세우고 현지 생산체제로 준비해서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수입해서 팔았다면 아이템이 제한적이었을 텐데 현지 공장을 통해 현지에 맞는 제품개발이 가능했다. 최근 투자도 공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더 힘을 얻게 된 것 같다.

▶공장을 총괄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텐데.
- 규제를 습득하고 맞추는 게 어려웠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공장을 돌리면 자체품질관리와 생산이 이뤄지는데 미국은 정부에서 조사관이 나와 현장점검을 직접 한다. 한국 조건보다 미국 조건이 더 까다롭다. 또 하나는 미국이 다양성이 존재하는 문화라는 것이다. 그런 문화적 특성 안에서 우리 브랜드가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고 공략한다는 게 어려웠다.

▶미국에서의 브랜드 성공은 어떤 걸 의미하나.
- 미국이라는 제일 큰 마켓에서 성공했다는 건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한국과 아시아를 탈피해 서구쪽에서 우리 음식이 통한다는 것. 글로벌 넘버1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