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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벌리힐스서 매월 1만명 단골로 만든 한국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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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코리아 푸드.” 푸른 눈의 미국인들이 한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에 부는 한식 열기는 영화나 K-팝 같은 콘텐츠만큼이나 뜨겁다. 이른바 ‘K-푸드’로 인정받은 한국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결과다. 세계 넘버원, 미국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며 뛰어든 지 어느덧 10년. 성장세를 이어가는 시장에서 큰손이 돼버린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미국 투자와 한식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에 부는 한식 열풍은 어느 정도일까. <머니S>가 창간 12주년 특별기획으로 미국 현지를 찾아가 한국기업들의 브랜드 활약상과 미래, 문화 한류 등 K-푸드의 위상을 집중 점검해봤다.<편집자주>

[K-푸드, 미국을 홀리다- ③] 파리바게뜨의 ‘베이커리 한류’


지난 8월5일 오전(현지시간), 파리바게뜨 엔시노 매장에 미국인 옥사나씨(35·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직원들이 반갑게 그를 맞는다. 익숙한 손길로 집게와 트레이를 집어든 그는 망설임 없이 쇼케이스 안에 있는 패스트리와 샌드위치 등을 골라 담았다. 트레이 위로 열심히 빵을 옮겨 담던 옥사나씨는 “일주일에 두번 학부모 미팅 때마다 이곳을 찾아 함께 먹을 빵을 구매한다”며 “종류가 다양한 데다 신선하고 이색적인 맛에 반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대부분은 히스패닉, 백인 등 외국인이며 한국인은 5% 정도에 그친다. 제니퍼 박 SPC그룹 FC컨설턴트는 “엔시노 매장은 상권 특성상 아시안 고객이 없어 미국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파리바게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대표적 매장”이라며 “하루 350명, 월 1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맛의 현지화와 함께 재방문 비율을 높인 단골고객 확보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파리바게뜨 엔시노매장 전경. /사진=김설아 기자

◆‘크루아상·도넛·케이크’… 한국 베이커리에 빠지다

파리바게뜨 엔시노점은 베버리힐스 북서쪽, 엔시노 타운센터 안에 위치했다. 대학생과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 잘 차려 입은 회사원으로 붐비는 거리다. 쇼핑몰과 음식, 카페거리로 유명하다. LA를 중심으로 북쪽에 거주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곳으로 통한다.

파리바게뜨는 2017년 2월 교민상권을 벗어난 현지인 고객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이 매장을 오픈했다. 2005년 LA 코리아타운에 미국 1호점(웨스턴점)을 오픈한 지 12년 만이다. 파리바게뜨 ‘K푸드 현지 공략 프로젝트’의 출발지인 셈이다.

엔시노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쇼케이스에는 크루아상, 바게트, 뺑오 쇼콜라, 도넛츠 등 다양한 제품이 푸짐하게 진열돼 있었다. 쇼케이스 옆으로 빵을 담을 수 있는 트레이와 집게가 놓여 있고 ‘셀프 서비스 방법’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종이를 올린 트레이 위에 집게로 원하는 빵을 골라 담은 뒤 계산대 직원에게 가져다준다.” 국내에서는 익숙한 시스템이지만 현지에선 낯선 판매 콘셉트다. 대부분의 미국 현지 베이커리는 줄을 서서 매장 직원에게 원하는 제품을 말한 뒤 직원이 빵을 담아서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확연히 다른 방식이지만 “제품을 자세히 관찰하고 여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좋을 뿐 아니라 재미를 느끼는 고객도 많다”고 SPC 관계자가 귀띔했다.

300여개의 다양한 제품은 철저하게 현지화에 맞췄다. 아침에는 에스프레소와 페이스트리, 점심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저녁에는 식빵과 케이크 등 시간대별로 잘 팔리는 제품군을 배치해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침시간 매출이 가장 높다. 8~10명의 베이커 기사들의 출근 시간은 새벽 4시. 매장이 오픈하는 7시면 쇼케이스는 갓 나온 빵으로 가득 채워지고 손님 맞을 채비를 시작한다. 이 시간대는 주로 주변에 있는 피어스 대학 학생들과 회사원,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파리바게뜨 엔시노 매장 전경. /사진=김설아 기자

이날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보통 미국 베이커리와 식당들의 오픈시간이 오전 9~11시고 2~3일씩 두는 제품이 많은 데 반해 이곳에서는 그때그때 만들어진 빵을 만날 수 있어 좋다”며 “신선한 빵과 따뜻한 커피를 이른 시간에도 여유롭게 맛볼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빵은 크루아상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크루아상은 한국보다 30% 정도 크다. 크루아상을 즐겨먹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특화된 메뉴다. 바니 엔시노 매장점장은 “하루에 크루아상류를 55~60개 굽고 평일에는 4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며 “바게트류가 그 뒤를 잇고 찹쌀도넛과 커피번도 이 매장 인기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생크림 케이크도 인기다. 설탕크림 위주인 미국엔 생크림 케이크가 없어 한번 맛본 고객들이 꾸준히 재구매를 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기존 미국에서 판매되는 케이크와 달리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가볍고 느끼한 맛이 없어 좋다는 게 공통적인 고객 반응이다.

검증된 맛과 품질은 이 매장 단골고객 비율을 빠르게 높였다. 엔시노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매일 같이 오는 단골고객이다. 실제 엔시노점 직원 25명은 고객이 방문했을 때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이하거나 고객이 무슨 빵을 원하는지 기억해 뒀다 빠른 서비스를 하는 등 가족 같은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제니퍼 박 FC컨설턴트는 “처음 파리바게뜨 점포를 열었을 때 브랜드에 대해 잘 몰랐던 고객들도 맛과 서비스에 감동해 단골이 된 사례가 많다”며 “한국 손님 밖에 없던 부에나파크나 코리아타운 고객들도 현재 50% 가까이 현지인 단골 비중이 늘어날 만큼 파리바게뜨 브랜드가 미국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시노 매장 직원이 BEST 판매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설아 기자

◆2030년까지 1000개 매장 확보… 글로벌기업으로

현재 미국 내 파리바게뜨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중심으로 78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타임 스퀘어 (Times Square), 미드 타운 (Midtown), 어퍼 웨스트 (Upper West) 지역 등 맨해튼 주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뉴욕시 전역에 6개의 새로운 점포를 열었고 연말까지 총 20개 이상의 점포가 문을 열어 올해 말이면 미국 전역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1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2030년까지 미국 내 점포 1000개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최근 몇년 사이 파리바게뜨에 관심을 갖고 가맹점을 오픈하려는 점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미국 내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30개. 가맹사업이 본격화되면 미국지역 매장과 실적도 종전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SPC 관계자는 “조만간 가맹점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미국 어느 도시에 가도 파리바게뜨 간판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파리바게뜨는 글로벌 성장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가 글로벌 제1베이커리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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