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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평 위에 세운 카페빌딩… '자투리땅'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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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 낡는다. 사람의 발길은 자연스레 끊기고 활용가치도 떨어진다. 한편 아무리 잘 관리해도 변화된 트렌드에 둔감하면 역시 그 공간은 외면받는다. 먹고 자는 집부터 일하는 사무실과 쇼핑·여가시설까지 모두 능동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머니S>는 넓히고 쪼개고 재활용하는 산업 전반의 공간 활용 열풍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숨은 ‘m³’를 찾아라… 공간의 경제학-②] 
버려진 땅, '쓸모'를 찾다

기자는 몇년 동안 다니던 출퇴근길의 한 골목에 어느 날 낯선 건물이 불쑥 솟아오른 것을 발견했다. ‘불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곳은 도저히 건물이 세워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장소기 때문이다. 주변은 낡은 주택가고 건물이 생긴 터는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없던 좁은 땅이다. 그런 땅에 ‘협소주택 프로젝트’라는 문패가 달린 꼬마빌딩이 들어섰다. 1층의 빵집은 TV 맛집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은 구조적으로 공간부족의 문제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고층빌딩을 아무리 짓고 교외 신도시를 건설해 인구를 이동시켜도 넘쳐나는 유동인구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가 난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자체들은 자투리땅 개발에 뛰어들었다. 도심의 빌딩 사이, 주택가의 골목골목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쓸모없이 방치된 자투리땅을 찾아내 주차장을 짓고 공원을 세워 효용가치를 만들어낸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만성 주차난 서울의 아이디어는?

서울 용산구는 2013년 구내 자투리땅을 활용해 주차장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오래된 빈집이나 나대지로 방치된 자투리땅의 소유주와 협약해 주택 밀집지역의 심각한 주차난을 해소한 것이다.

사업 대상지는 ▲주차 면당 200만원 이하로 조성 가능한 부지 ▲주차장 조성 후 최소 1년 이상 유지 가능한 토지 ▲소규모 1대 이상의 주차 가능한 부지 등이다.

자투리땅 프로젝트의 1호 성과는 2013년 11월11일 탄생했다. 용문동 32-43번지에 있는 면적 138㎡의 자투리땅이다. 이 땅의 주인은 주택가 사이에 놓인 오래된 빈집의 소유주다. 지하철 6호선·경의중앙선 효창공원앞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도심 주택가지만 노후주택이 대부분이고 인근 주택은 주차시설이 부족한 다세대주택 등 빌라다.

지금은 빈집을 허물고 차량 7대가 들어설 수 있는 24시간 유료주차장으로 운영된다. 매달 26만원의 이익을 낸다. 주차장 공사비는 총 1400만원이 들었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각각 50%씩 지원했다. 이익금은 전액 토지 소유주에게 귀속되고 주민들은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이 땅의 소유주는 오래된 공가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고 금전적인 문제로 신축 등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는 이런 자투리땅 주차장이 여러곳 개발되는 추세다. 신길1동과 신길4동, 목2동 등 지금까지 서울 지자체가 조성한 주택가 자투리땅 주차장은 수십개다.


관악구 서원동 마을마당. /사진제공=서울시

도봉구 창동 공터. /사진제공=서울시

◆주민쉼터로 태어난 자투리땅

자투리땅을 주민쉼터로 재창조한 서울시의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도 공간활용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지난달 ‘2019 대한민국 국토대전 도시재생 및 생활 SOC 분야’ 1위를 차지하며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국토대전은 국토경관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지자체에 확산시키기 위해 만든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작은 것이 삶을 바꾼다’는 모토로 시민의 생활공간을 변화시키는 도시재생사업이다. 시는 공공성 부여의 원칙에 따라 공원녹지 부족지역, 생활 SOC 필요지역 등의 방치된 자투리땅을 조경작품으로 꾸몄다. 이렇게 재생시킨 땅을 ‘주민 커뮤니티 쉼터’로 바꿨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621명의 시민이 참여해 자투리공원 66개를 재창조했다.


금천구 독산동 가로쉼터. /사진제공=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가로쉼터는 원래 노숙인들이 거취하며 노상방뇨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 있음에도 주변 땅이 좁고 비효율적이어서 기피공간이었으나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안전하고 밝은 분위기의 주민쉼터로 재탄생했다. 벽면과 의자는 밝은 색채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고 버스정류장과 연계한 가로정원을 조성했다. 지금은 녹지공간이 있고 좁은 보도의 폭도 넓혀 보행환경이 개선된 공간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은평구 불광동 할머니계단은 당초 주거지역으로 둘러싸인 가파른 콘트리트계단을 주민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시는 안전한 보행을 위해 계단을 재정비하고 난간을 설치했다. 또 계단에 태양광 조명을 설치해 밤에 안전성을 높였다. 콘크리트 위에는 목재 평상을 만들어 휴식공간을 제공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14~2017년 한화그룹으로부터 연간 2억5000만원의 투자도 유치해 민간협력을 성사시켰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도시재생에 있어 조경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점진적인 방식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여준 우수사례”라면서 “앞으로 서울만의 독특한 도시경관을 창출하고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서울의 스마트시티화를 위해 공간정보의 ‘디지털 트윈’에 대한 요구도 확대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의 사물을 컴퓨터의 3차원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공간정보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도시공간을 컴퓨터 내 가상세계로 구현하므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프라가 된다.

이석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서울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간정보 기반의 디지털 트윈 구축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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