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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영철버거’ 되살린 펀딩의 마법

People / 신혜성 와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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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성 와디즈 대표./사진=김정훈 기자
"더 많은 스타트업에 날개 달아주고파"

지난해 여름, 한 스타트업 대표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콘텐츠는 ‘모듈형 무선충전기’. 그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이 아니었으면 빛을 못 봤을 제품이라며 ‘은인’ 같은 회사라고 말했다. ‘와디즈’라는 회사가 어떤 곳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처음 들은 날이었다. 펀딩을 받은 후 이 스타트업은 해외에 무선충전기를 수출할 만큼 나름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우연한 기회로 신혜성 와디즈 대표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 1년 전 갖게 된 와디즈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와디즈는 과연 어떤 곳일까. 회사를 만든 신 대표의 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영철버거’ 살린 펀딩 마법

“원래 창업에는 뜻이 없었어요. 모두가 선망하는 좋은기업에 들어가 일하는 게 목표였죠. 그런데 막상 대기업에 들어가니 내가 평생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 대표는 2004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시간이 갈수록 ‘퇴사’라는 두글자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마케팅업무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결국 1년 만에 회사를 나왔다. 이후 동부증권, 산업은행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그곳도 신 대표의 자리는 아니었다.

“각각 주업이 달랐던 회사라 이직이 아니라 전직을 한 셈이에요. 그런데 동부증권과 산업은행을 거치면서 금융업이야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고민 끝에 금융을 베이스로 한 나만의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죠.”

라이프스타일 투자플랫폼 와디즈(Wadiz)는 크라우드 펀딩사이트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주로 리워드형(후원형)이 많이 활용된다. 생산업자(메이커)의 경우 대중(서포터)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산 계획을 설명하고 난 뒤 자금을 후원받는 식이다. 서포터에게는 후원금으로 생산된 제품이 제공된다. 쉽게 말해 ‘선주문 후판매’ 방식이다.


와디즈 판교 사옥 내 컬처센터에서 와디즈 전 직원들이 상반기 결산 및 하반기를 준비하는 전략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와디즈 제공

2012년 회사 설립 후 와디즈는 성장을 거듭해 올 상반기에만 656억원을 모집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누적펀딩액은 1700억원을 넘었고 한달에 600개가 넘는 새 프로젝트가 론칭된다. 많은 스타트업처럼 작은 소호사무실에서 동료 3명과 시작했지만 이제는 판교디지털센터 A동 4층 전층을 사용할 만큼 직원수(170여명)와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 5월에는 신규 투자사인 네오플럭스로부터 31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설립 7주년,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업계 1위 기업을 넘어 명실상부 국내 핀테크 회사 중에서도 희소성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와디즈의 성공요인으로 ‘서비스 본질에 집중한 것’을 꼽았다.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회사들이 성공사례 구축에 집중한 것과 달리 와디즈는 초기부터 오로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제공에만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2015년 고려대 앞 햄버거가게 ‘영철버거’는 폐업위기에 몰렸다가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재기한 케이스다. 자금이 필요한 메이커와 수익을 내려는 서포터의 이해관계가 상충돼 만든 결과였다. 영철버거의 재기 후 와디즈는 업계에서 자연스레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많은 펀딩 회사들이 한건의 성공사례를 만들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 사례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 수월하다는 이유였죠. 주변에서도 그런 방식이 먹힐 것이라고 제게 조언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더 투명한 상호관계를 구축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썼어요. 치팅(cheating·부정행위)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신 대표가 말한 서비스 본질은 간단하다. 자금을 내는 쪽과 받는 쪽의 요구가 일치하는 사례를 만들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이다. 그러면 메이커, 서포터가 스스로 와디즈의 문을 두드릴 거라고 생각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무선충전기 업체는 와디즈를 만난 후 날개를 달았다. 신 대표는 본질적인 서비스 강화로 더 많은 스타트업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와디즈 프로젝트 론칭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메이커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신상품이 쏟아지는 와디즈는 업계 상품개발자(MD)들에게 거대한 전시장이나 다름없어요. 실제 대기업들도 신제품을 와디즈에서 론칭하기 시작했고요. 그만큼 업계에서 와디즈를 많이 주목하고 있죠. 메이커들에게 후속투자유치 등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도 와디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김정훈 기자

◆스타트업 투자가 미래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온 신 대표의 입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7년간 가장 힘들었던 적이 언제냐’ 묻자 몇초간 정적이 흘렀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며 옅은 미소를 지은 그는 고심 끝에 "가장 힘든 걸 꼽기가 꽤 어렵네요. 안 힘든 적이 없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사업을 영위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 마련. 그는 경영적인 부분과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신 대표, 나아가 회사차원에서의 고민은 메이커와 서포터간 문제 발생이다. 서포터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일종의 투자(후원)를 진행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A/S가 형편없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전체 서포터 3분의1은 크라우드 펀딩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후원을 해요. 하지만 또 다른 3분의1은 서비스를 조금은 덜 이해한 사람, 나머지는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한 경우로 나뉘죠. 이런 부분이 있다 보니 서포터들의 불만도 이해가 됩니다. 크라우드 펀딩 체계가 가진 일종의 과제죠. 결국에는 소통 강화가 해답이 될 것 같아요.”

와디즈는 서포터 불만을 줄이기 위해 메이커 프로젝트의 긍정·부정지수를 텍스트화했다. 또 메이커들의 프로젝트 이력을 바탕으로 신뢰지수도 만들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숍을 오픈해 서포터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포터의 환불요청이 들어올 경우 메이커 지원프로그램에 조성된 기금을 지원하는 등 보다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끝으로 신 대표는 앞으로의 대한민국 경제는 스타트업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스타트업이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커지겠지만 개인이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요. 개인들이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해야 돼요. 그러기 위해서 와디즈 같은 펀딩사이트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요. 메이커와 서포터 모두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로 나아가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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