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42년 롯데맨'

CEO In & Out / 소진세 교촌치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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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의 남자. 롯데그룹에 42년 동안 몸담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심복 역할을 한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 그는 유통분야의 산증인이라 불리며 그룹 내부에서도 마당발로 통한 인물이다. 신 회장은 위기 때마다 그에게 중책을 맡겨 그룹 성장의 주춧돌로 삼았다. 그러던 소 전 사장은 지난해 말 돌연 롯데와의 긴 인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뉴롯데’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쇄신 결정이었다는 게 대외적인 이유다.

# 퇴임 4개월 후. 그의 소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려왔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새 얼굴. 지난달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이 물러난 그 자리다. 국내 재계 5위 기업의 거물급 인사였던 그가 돌연 치킨업계 수장으로 등장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교촌에프앤비가 ‘롯데 피’를 수혈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 회장은 교촌에 얽힌 과제를 안고 치킨프랜차이즈를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을 이끌 새 얼굴로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이 낙점됐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4월22일 취임식을 갖고 소 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소진세 교촌치킨 회장. /사진제공=교촌치킨

◆창업주 '혁신 의지' 반영

이번 인사는 창업주인 권원강 전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경영혁신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 회장은 창업주와 같은 학교 출신으로 오랫동안 교류해 비교적 교촌에프앤비 사정에 밝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권 전 회장은 지난 3월13일 경기도 오산 본사에서 열린 창립 28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퇴임을 밝히며 전문경영인체제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권 회장은 “교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에는 보다 투명하고 전문화된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퇴임 배경을 밝혔다.

권 전 회장은 1991년 3월 경북 구미에서 33㎡ 남짓한 규모로 교촌치킨을 창업한 이후 ‘교촌 오리지널’, ‘교촌 허니콤보’ 등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연 매출 3188억원 규모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취임식에서 소 회장은 “교촌이 가진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를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시스템 확립 ▲글로벌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형성 ▲상생의 가치 발전 등을 경영방향으로 내세웠다.

◆40여년 쌓은 내공, 과연…

치킨업계 수장으로 복귀한 소 회장 소식에 유통업계는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롯데 오너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던 소 회장이 굳이 바람 잘 날 없는 치킨업계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

그는 대구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40년 이상 그룹에 몸담은 유통 전문가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2014년 코리아세븐 사장을 끝으로 경영일선에 물러나는 듯했으나 같은 해 8월 대외협력단장(사장)으로 복귀했다. 특히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관업무를 모두 챙겼다.

신 회장 신임이 두터워 2017년 2월 신 회장이 맡던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아 '뉴롯데'를 선언하며 그룹 이미지 재편과정에 기여했다. 소 회장은 롯데그룹 사장단 내에서 맏형 역할을 하며 업무의욕과 추진력이 강한인물로 정평이 자자했다. 이런 소 회장을 신 회장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 외에도 경영비리와 면세점 특혜의혹, 국정농단 게이트 등에 연루되면서 이미지가 실추되자 소 회장을 소방수로 내세워 불을 끄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권 전 회장 측에서 소 회장에게 전문경영인으로 일해 줄 것을 제안하고 모셔온 것으로 안다”면서도 “소 회장이 말 많은 치킨업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40여년 쌓은 명성이 자칫 한순간에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년 전 경쟁업체 BBQ에서 회장 학교 후배였던 금융계 거물인사를 영입했다가 3주 만에 퇴임시켜 수십년 쌓아 올린 명성이 무너진 사건이 생각난다”면서 “소 회장이 얼마나 소신을 갖고 교촌치킨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갑질 이미지 벗고 IPO 성사시킬까

소 회장이 교촌의 지휘봉을 잡은 만큼 앞으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먼저 ‘오너가 갑질사건’ 이후 중단된 IPO를 성사시켜야 한다.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권 전 회장의 6촌인 권순철 전 상무의 직원 폭행 사건이 드러나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권 상무는 직원을 때리고 욕설하는 등의 갑질을 벌여 퇴직했으나 10개월 만에 다시 복직해 보복인사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일부 소비자가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경영상의 피해를 입고 예정됐던 IPO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경영투명성 확보와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도 소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촌 관계자는 “소 회장의 경험과 능력이 접목돼 전문성이 더욱 강화된 조직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소 회장 지휘 아래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교촌에프앤비의 미래가 그려질 수 있을까.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프로필
▲1950년생 ▲고려대 행정학 학사 ▲롯데백화점 총무, 영업, 판촉 ▲롯데백화점 본점장, 상품본부장, 마케팅부문장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바이더웨이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교촌에프앤비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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