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할수록 마이너스"… 셔터 내리는 '창업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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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회사를 팔고 빠져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에 밤잠을 설친 지 오래예요. 본부는 가맹점을 개설해야 먹고 사는데 갈수록 폐점율만 높아지니 장사할수록 마이너스 입니다.” (중소 프랜차이즈 A 대표)

“요즘 같아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외식·음료 관련 프랜차이즈는 거의 다 잠정적 매물로 보면 될 정돕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신화의 꽃이라 불리던 기업공개(상장)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죠.” (투자은행 B 관계자)

국내 프랜차이즈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실적악화가 이어지면서 가맹본부도 가맹점도 생존절벽에 선 상태. 급기야 잘 키워놓은 브랜드를 팔겠다며 인수합병(M&A)시장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겠다는 곳은 없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프랜차이즈 매물을 사들이던 사모펀드(PEF)조차 투자를 꺼리는 상황. 내수 불황에 각종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프랜차이즈산업 자체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놀부. /사진=뉴시스 DB
할리스커피. /사진=머니투데이 DB

◆셔터 내리는 ‘프랜차이즈 실적’

날개 꺾인 성장세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2018년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외식업 가맹본부의 매출액은 12조1000억원으로 전년(12조7000억원)보다 6000억원이 감소했다. 2015년(16조5000억원) 이후 가맹본부 매출액은 계속 내림세다.

국내 외식프랜차이즈 1위 기업인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도 어려움을 피해가지 못했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1억원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이 브랜드가 가장 호황을 누린 2016년(197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반토막이 난 셈. 매출도 정체됐다. 2016년 1749억원에서 2017년 174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1776억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3년째 17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유통 대기업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 신세계푸드의 경우 지난해 가정간편식(HMR) 등 식품사업분야의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59.2% 상승했지만 외식분야인 식음사업분야의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147억원)보다 크게 나빠졌다.

상장폐기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미스터피자의 MP그룹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MP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 감소한 1198억원. 영업손실은 3억7700만원을 나타냈다. 영업손실은 전년 17억원 대비 크게 줄었지만 4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장사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가맹본부와 브랜드수 증가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년 대비 가맹본부수 증가율은 ▲2014년 17.1% ▲2016년 9.2% ▲2018년 5.4%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브랜드수도 ▲2014년 16.2% ▲2016년 8.9% ▲2018년 5.4%로 급감했다.

반면 폐업 브랜드는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라진 브랜드는 351개. 사업을 접는다며 법인 등록을 취소한 본사도 318개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프랜차이즈산업 고용인원도 약 130만명으로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온더보더, 마마스, 공차 등 새 주인 찾기

M&A시장엔 프랜차이즈 매물 수십개가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성공 창업신화로 기억되는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 ‘온더보더’나 브런치 전문카페 ‘카페 마마스’를 비롯해 ‘공차’, ‘할리스커피’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들이 겹치며 과거 주요 매수자였던 사모펀드(PE)조차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라 매물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당장 인건비가 늘어나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이번 프랜차이즈 매물을 기회로 여기는 매수자들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물가상승과 경기에 민감한 특성까지 고려하면 투자가치는 더 떨어져 성사율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 외식 프랜차이즈로 이름을 날렸던 매드포갈릭의 주인 스탠다드차타드PE는 지난해 7월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지만 매수자가 없어 매각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스쿨푸드는 지난해 말 PEF와 매각협상을 벌였지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더보더, 카페마마스 등 미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식음료 프랜차이즈의 매각도 무산된 바 있다.

프랜차이즈 신화의 꽃이라 불리던 상장 준비작업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이디야커피가 상장계획 잠정 중단을 선언했고 본아이에프, 교촌치킨, 쥬씨 등은 “신중하게 상장을 추진하겠다”며 속도를 조절 중이다. 더본코리아 역시 지난해 상장 주관사(NH투자증권)를 선정한 이후 영업환경이 호전되길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점이 프랜차이즈산업의 목을 죄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되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 1곳당 가맹본부에 지급한 전년도 차액가맹금의 평균 액수, 주요 품목별 전년도 공급가격 상·하한선 등을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 국회에서 계류 중인 프랜차이즈 규제 개정안만 62개에 달한다. 최근엔 정부와 여당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노조 결성 허용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지켜야 할 규제는 많고 상생에 노조까지 허용되는 상황에서 누가 프랜차이즈 창업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처럼 본부를 압박하고 가맹점주와 적이 되는 방향으로는 오히려 알짜 프랜차이즈업체가 M&A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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