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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내 편으로 만드는 넛지(nudge)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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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봤어요’
지하철 역 계단 벽에 써 붙인 글이다. 보는 순간 무릎을 쳤다. ‘계단에서 뛰지 마시오’보다 얼마나 세련되고 여유있고 재미있나? 뛰려고 했다가도 저 글을 보면 누구나 웃으면서 그만둘 것 같다.

◆ 고기 ‘쪼개 팔기’ 조삼모사지만 괜찮아!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명령형 문장보다 효과가 훨씬 큰 한 줄의 글.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팔꿈치로 툭 치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개입이다. 외식업 경영에서도 넛지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넌지시 제안하는 방식이다. 넛지효과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것은 ‘쪼개 팔기’다. 

/ 월간외식경영 제공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어느 강연장에서 서울 영등포의 한우전문점 <값진식육>의 성공사례를 예로 든 적이 있었다. <값진식육>은 작은 규모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큰 매출을 올린 고깃집이다. 그 자리에서 경기도 안양에서 한우전문점을 하는 분이 질문을 했다. “우리는 <값진식육>보다 더 싸게 파는데 왜 우린 안 됩니까?”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질문한 분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는 한우를 500g 단위로 묶어서 팔았다. 반면 <값진식육>은 150g 단위로 쪼개 팔았다. 장사가 안 되고 잘 되고의 차이가 여기서 갈렸던 것이다. 물론 입지의 차이나 다른 요인들도 있었지만.

<값진식육> 등심은 150g에 2만3000원이다. 500g 단위로 팔았다면 7만6600원이다. 같은 값이지만 소비자는 ‘등심 500g 76,600원’이라고 쓴 메뉴판보다 ‘등심 150g 23,000원’이라고 쓴 메뉴판에 더 쉽게 지갑을 연다. 손님이 먹다 보면 결과적으로 500g을 초과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같은 값이지만 손님은 심리적으로 좀 더 싸게 먹었다고 느낀다.

이런 메뉴판을 보고 1인분만 주문하는 손님은 없다. 혹시 그런 손님이 우려된다면 메뉴판 아래에 괄호를 치고 ‘2인분 이상’이나 ‘3인분 이상’이라고 써놓으면 된다. 장사가 잘 되는 서울 양재동의 한 정육식당은 그렇게 표시해 놨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안양 고깃집 주인은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서 500g을 150g으로 쪼갰다. 

이후 필자의 조언에 따라 개선작업과 홍보활동을 실시하자 매출이 대폭 신장했다. 광명역에서도 가까운 <화진식당>의 과거 얘기다. 지금은 안양 석수동의 대표적인 한우전문점으로 성장했다.

◆ 양과 가격 무거운 중식요리도 쪼개야 산다

이런 현상은 고깃집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나라 중식당은 식사메뉴는 많이 팔지만 상대적으로 요리메뉴 매출이 저조하다. 그 이유 역시 요리 가격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요리메뉴 가격이 보통 4~5만 원 정도다. 식사하러 가는 손님 구성수 중 가장 많은 경우가 2인이다. 보통 두 사람이 식사를 하러 간다. 그런데 둘이 요리 메뉴 한 가지만 주문하려고 해도 무척 부담스럽다.

반면 일본의 중식당은 대체로 쪼개서 판다. 요리의 가격과 양이 부담스럽지 않다. 혼자 와서 이것저것 시켜놓고 술 한 잔 곁들여 먹는 손님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본 외식업계는 중식뿐 아니라 야끼교자도 쪼개서 판다. 맥주에 야끼교자 몇 개 주문해 간단히 먹고 가는 손님이 많다. 

만일 우리나라처럼 판매 단위를 큼지막하게 책정했다면 전혀 들어오지 못했을 손님들이다.
양을 줄여서 1~2만 원대 중식요리를 내놓으면 팔린다. 우리나라 중식당 요리가 이렇게 무거워진 것은 조리장이 조리 편의성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오래된 중식당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옛날 같으면 이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날 잡아서 여럿이 오는 손님이 많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한 번 일할 거 뭐 하러 두 번 세 번 일하느냐고 푸념할 게 아니다.

전에 서울 수도권 여러 곳에 직영점을 갖고 있는 <황도바지락칼국수>에서 국내산 한돈으로 삶은 보쌈을 팔고 있었다. 칼국수를 먹으러 온 손님이 칼국수보다 비싼 보쌈을 추가로 주문하기엔 무리다. 또 칼국수만 먹어도 배가 차는데 굳이 보쌈을 주문할 맘이 안 생긴다. 설혹 먹고 싶다고 해도 ‘덩어리’가 너무 커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견진 대표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서 쪼개 팔 것을 권했다.

그 뒤 정 대표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활용해 미니보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도했다. 얼마 뒤 다시 가봤더니 한 접시에 섭섭지 않은 양의 보쌈을 담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역시 한눈에 봐도 손님들의 주문량이 늘었다. 칼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한 접시 시켜 여럿이 먹기 좋은 메뉴다. 요즘은 1만2000원에 팔고 있다. 손님도 만족스럽고 주인도 매출이 늘어 만족스러운 판매 형태다.

수육을 팔고 있는 강원도의 막국수 전문점들도 마찬가지다. 손님 입장에서 막국수와 함께 수육까지 먹을 때 수육 가격이 2만 원 이상이면 주문하기 부담스럽다. 보쌈과 관련해 한 마디 덧붙인다면, 메뉴 이름을 ‘보쌈’이라고 하면 더 부담스러워 한다. ‘수육’이라고 하면 손님 부담감이 줄어든다.

◆ 넌지시 ‘1+1메뉴’ 패턴화 시켜야

칼국수를 먹으면서 소량의 보쌈을 주문해 먹는 스타일을 좀 더 구조화, 패턴화 시킨 사례들이 있다.
경기 분당의 소바 전문점 <그집>은 소바를 주문한 손님의 90%가 만두도 주문한다. 부담 없이 너도나도 자연스럽게 4500원짜리 찐만두를 주문해 먹는다. 이 집 벽의 메뉴판을 보면 ‘찐만두 4500원’을 ‘모밀국수 7500원’ 바로 위에 놓았다. 손님이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을 보면 찐만두가 제일 먼저 보이도록 배치한 것이다. 손님들은 담백한 소바의 맛을 보완하기 위해 만두를 먹는 것이다.

경기 수원의 <보영만두>는 만두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쫄면도 주문한다.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런 패턴으로 주문한다. 만두는 기름진 맛이 강하고 쫄면은 맵다. 기름진 맛의 입을 매운 맛으로 정리하려는 욕구가 생기면서 쫄면을 먹는 것이다.

<그집>과 <보영만두> 모두 저렴한 듯 하지만 고객이 강력한 사이드메뉴를 동시에 주문하기 때문에 객단가가 결코 낮지 않다. 두 곳 모두 주 메뉴와 부 메뉴를 동시에 주문하는 것을 패턴화 했다. 이처럼 넌지시 패턴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 패턴화를 유도하려면 ‘○○ 먹은 뒤 **을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와 같이 써 붙여 놓는 것도 좋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쪼개 팔면 매출이 적을 것 같지만 어차피 손님은 양이 차지 않거나 골고루 먹기 위해 추가 주문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통째로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매출액이 된다. 객단가가 훌쩍 1만원이 넘어간다. 넌지시 패턴화 시키는 방법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은 사실 소비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일종의 착시현상을 파고 든 것이다. 조삼모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 집 문턱을 스스로 높여놓는 미련함을 미덕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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