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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설계는 소비자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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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를 앞둔 함흥냉면 전문점 주인이 비수기 대안 메뉴 걱정을 했다. 필자는 겨울철 대비용 메뉴로 필자는 전골식불고기를 추천해줬다.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전달했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추천 사유들이 숱하게 숨어있다.

◆ 육개장은 한우로 불고기는 외국산 소고기로

전골식불고기(서울식불고기)는 일단 한 풀 꺾인 메뉴다. 그렇지만 상권이나 점포 유형에 따라 그 효용성이 완전히 사라진 메뉴는 아니다. 다시 소환해 얼마든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전골식불고기는 메뉴 특성 상 다른 고기 메뉴에 비해 원육의 중요성이 덜하다. 고기보다 양념맛에 더 의존한다. 고전적인 음식이어서 젊은 층보다 아무래도 중·노년층에서 선호한다. 여성 고객층의 지지도 있다. 별도의 반찬에 신경을 덜 써도 되고 서빙이 간편하다. 조리와 인력 효율성이 높다. 이런 메뉴 특성을 살려 필자는 몇몇 업소에 적용해 나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월간외식경영 제공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필자의 메뉴 추천에 냉면집 주인은 동의했다. 다만 불고기 원육을 한우로 사용하려고 했다. 주 고객층인 노년층 손님들이 고기의 원산지에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 식당 개점 초기에 육개장을 메뉴로 구성하도록 해 성공시킨 적이 있다. 그때도 같은 이유로 육개장에 한우를 넣었다. 하지만 불고기 재료만큼은 외국산으로 쓰라고 권했다. 

그 냉면집 입지가 서민층 주거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불고기는 외국산 소고기 사용이 불가피하다. 한우로는 1만 원대에 고객이 만족할 만큼 넉넉하게 제공하기 어렵다. 한우로 제 맛 나는 불고기를 만드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양이 적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진다. 양과 가격은 소비자의 가장 기본적 구매기준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먹다 만듯 하거나 비싸다는 느낌이 들면 소비자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 부자도 싼 가격에 더 마음이 끌린다

필자는 외식콘셉트 기획자이지만 한 사람의 소비자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은 필자가 평범한 소비자 입장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회사 가까운 곳에 한우를 사용한 불고기 집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양질의 원육을 사용하고 맛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다른 한 곳은 맛은 다소 떨어져도 양이 푸짐하고 육질도 좋으며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이 집은 소를 한 마리째 쓴다. 등심 안심 갈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정육부위를 불고기감으로 소진해 푸짐하게 제공하는 경쟁력을 보유했다. 점심시간에 불고기가 먹고 싶을 때 필자는 후자의 집을 선택한다. 가끔 부담 없는 만남에는 이 집 불고기에 소주를 곁들이기도 한다.

필자는 비교적 고소득층에 속하는 소비자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우불고기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가격뿐 아니라 양이 적어 먹고 나서도 만족스럽지 않다. 필자만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소비자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만족스런 음식을 먹으려 한다. 메뉴를 설계할 때 원가, 이익률, 조리 오퍼레이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관점을 놓치면 안 된다. 당신이 소비자라면 과연 이 메뉴를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유명 갈빗집 인기 불고기도 외국산으로 구현해내

필자의 불고기 소비 경험과 함께 서울 신촌 소재 갈빗집의 불고기 사례를 냉면집 주인에게 들려줬다. 그 집을 벤치마킹해볼 것도 권고했다.

필자는 가끔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외국산 불고기를 구입한다. 그 불고기의 맛과 품질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다녀온 매장은 대개 중산층 이상 계층의 소비자가 이용한다. 이 상품이 꾸준히 팔린다는 것은 외국산 불고기가 중산층 소비자 입맛에 부응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불고기 재료로 외국산 소고기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섰다.
/ 월간외식경영 제공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신촌의 갈빗집은 업력이 오래된 저력 있는 고깃집이다. 비록 외국산 소고기로 불고기를 만들지만 ‘단돈’ 1만원(300g)에 먹음직스런 불고기를 내놓는다.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하다. 반찬은 좀 허술하다. 그럼에도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맛있고 양이 넉넉하면 불고기는 반찬이 필요 없다. 그 자체가 반찬이기 때문이다. 

여분의 반찬과 서빙이 필요치 않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성이 높은 메뉴라는 뜻이다. 저가에 판매하지만 점포가 자가 건물이고, 고기 판매량이 많아 수익성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200m 쯤 떨어진 곳에는 무려 5000원짜리 불고기백반을 파는 식당도 있다. 여기도 이 집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세컨드 브랜드다. 8000원짜리 갈비탕과 함께 묶어 회전율이 높다. 다량의 원육을 저가에 구매하는 우월적 지위와 구매력을 지녀 운용 가능한 측면도 있다.

냉면집 주인은 필자의 권유로 며칠 뒤 이 집을 방문했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되어 외국산 소불고기의 맛과 가격을 직접 체험했던 것이다. 냉면집 주인은 외국산으로도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 1만원에 불고기 조리가 가능하다는 점, 고객들이 그 불고기를 애용한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다. 냉면집 주인은 그 갈빗집을 다녀온 후 불고기에 외국산 소고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11월 초순 현재, 냉면 매출이 성수기였던 하절기의 절반 수준이다. 사실 이 정도도 다른 냉면집에 비하면 엄청난 선방이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불고기의 힘을 빌어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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