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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숍 르포] "느낌 오나요? 3분이면 '홍콩'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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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컨테이너 명동점 2층./사진=머니투데이

고백컨대 처음 본 그것은 밥주걱이었다. 손잡이에서 밥 푸는 쪽으로 갈수록 점점 두툼해졌다. 동물로 치면 코브라 대가리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코브라 대가리에 더 가까웠다. 주둥이도 있었으니까. 직원은 내 손가락을 주둥이로 이끌었다. “대보세요. 흡입하는 게 느껴지죠? 3분이면 갑니다.” “어딜요?” “당연히 홍콩이죠.”

오르가즘계의 혁명, 우머나이저를 알게 된 건 지난 4일 오후 명동의 성인용품점 레드컨테이너 매장에서다. 성인용품계의 수소차, 성인용품계의 폴더블폰, 성인용품계의 에어팟…. 어떤 수식어를 써도 이 제품의 혁신성을 설명할 수 없다. 제대로 설명하는 순간 기자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테니까.

지난 4일 오후 외국인관광객들이 레드컨테이너 명동점을 구경하고 있다./사진=강영신 기자

◆번화가의 기준이 된 성인용품점

몇 해 전 이태원 거리를 걷다가 유난히 밝은 빛을 쏟아내는 가게 하나를 보았다. 워낙 화려한 동네지만 그 가게가 뿜어내는 빛이 얼마나 환하던지 부신 눈을 비비며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새하얀 진열장에 놓인 알록달록하고도 요상한 형태의 물건들. 아뿔싸, 나는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이렇게 구경해도 되나 싶은 마음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궁금증이 드는 것을 어쩌랴. 다시 한 번 슬쩍 보고는 홀로 민망해했다.

성인용품점이라고 하면 으슥한 동네 귀퉁이나 음침한 지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트렌디한 거리의 기준이 성인용품점 입점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 명동 등 전통의 번화가부터 가로수길, 홍대, 합정, 상수 등 요즘 ‘힙’한 거리까지 최근 성인용품점은 모두 번화가 대로변에 들어섰다. 얼핏 액세서리숍인가 싶어 들여다보면 새하얀 진열장 가득 알록달록한 물건이 놓여 있다. 민망함보다 호기심이 커지는 광경. 왠지 한 번 들어가 구경해보고 싶지 않은가. 그래서 제대로 한 번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4일 오후 1시쯤 명동을 찾았다. 빨간색 ‘레드컨테이너’ 간판을 보는 순간 처음 마음과 다르게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온 건 아닐까, 무슨 체험을 한답시고 여기에 왔단 말인가, 이렇게 ‘핑크핑크’한 건물에 들어가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 아닐까 등등 온갖 부담과 민망함을 떠안은 채 자동문 버튼을 눌렀다. 

레드컨테이너 명동점 3층./사진=머니투데이

매장에 있던 일본인 손님 두 명의 웃음소리가 왠지 기자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직원의 “어서 오세요”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말해버렸다. “아니 그냥 약속시간이 남아서 구경이나 한 번 해보려고요.” “네? 신분증 좀….”

직원은 그런 반응이 익숙한 모양인지 웃으면서 편하게 보라고 했다. 민망함에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안내해주려는지 직원이 따라왔다. 2층은 콘돔, 러브젤, 남녀 바이브레이터(진동기), 란제리 등이 진열된 여성·커플용품 코너였다. 만만한 콘돔부터 구경하고 있으니 “편의점보다 가격이 싸서 콘돔을 많이들 사가세요”라며 설명해준다. 아하,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구멍이 숭숭 뚫린 속옷을 슬쩍 보고 3층으로 올라갔다.

란제리를 입고 눈가리개와 목줄을 찬 마네킹이 기자를 맞는다. 3층은 수갑, 채찍, 눈가리개, 마스크(?) 등이 진열된 SM용품 공간이다.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싫어하는 기자는 보는 둥 마는 둥 한번 훑어봤다. 분홍색 벽면에는 길게 늘어진 채찍과 수갑, 목줄이 걸려 있었다. 얼핏 보면 아기자기한 것이 액세서리숍으로 착각할 정도. 여기 있는 물건도 많이 사가냐고 물어보니 “수갑이랑 눈가리개 정도는 많이 사가는 편이에요”라며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떤 호기심인지를 말했다가는 다른 수갑을 찰 듯하니 생략한다. 

지난 4일 오후 외국인관광객들이 레드컨테이너 명동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강영신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우머나이저가 뭐죠?"

4층은 남성전용공간으로 남성용 자위기구와 실리콘 딜도, 애널용품 등이 있었다. ‘어머나 세상에 이게 뭐람’이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올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의 딜도와 아주 자극적인 사진으로 장식된 남성용품으로 가득했다. 꼭대기층에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냥 내려가기는 아쉬워 재질이나 확인할 겸 검붉은색의 딜도를 만져봤다. 흠좀무(흠 조금 무서운데)….

황급히 자리를 피하느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1층에는 유명 브랜드의 여성전용 바이브레이터, 페로몬 향수 등 밖에서 봐도 무방한 제품을 전시했다. 성기 모양의 제품이나 콘돔 등을 밖에서 보이게끔 진열하는 건 불법이라고 한다.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용기를 얻은 기자는 베스트셀링제품을 가리키며 이건 뭐냐고 물어봤다.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이 우머나이저예요.” 이어지는 구체적인 사용법에 기자는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 강도를 조절하고 어느 부위에 이러저러하게 대면….” 그냥 습관처럼 “네네”만 연발하는 기자에게 손가락을 돌기모양의 흡입구에 대보라고 했다. “어때요? 흡입하는 게 느껴지시죠?” “네, 그렇네요.” “3분이면 오르가즘에 도달해요. 홍콩 가는 거죠.” 

그렇게 한참 설명을 듣고 있자니 외국인 손님이 몰려왔다. 직원은 명동 특성상 외국인 손님이 많다며 대부분 즐겁게 구경하다 돌아간다고 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손님들이 물건을 많이 사간다며 얼마 전에는 콘돔을 1000개 사간 중국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매장을 나와 다시 한 번 건물을 살펴봤다. 여성친화적 인테리어라고 할까. 분홍색 외벽에 난 창으로 보이는 내부는 은은한 조명 덕에 포근한 느낌을 전했다. 멀리서 보면 누가 봐도 화장품가게나 카페로 착각할 게 틀림없다. 

레드컨테이너 홍대연남점./사진=강영신 기자
◆남자들은 알 수 없는 그 '느낌'을 '말빨'로 전해준다?

저녁에는 젊은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 레드컨테이너 홍대연남점을 찾았다. 앞서 너무 긴장한 것은 혼자 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이번에는 친구를 대동했다. 

젊은이들의 메카인 연트럴파크에 위치한 덕에 홍대연남점에는 젊은 손님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특히 커플과 여성 손님이 많았다. 친구 선물해주려고 왔다며 직원에게 제품 추천을 부탁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이거 쓰고 하면 죽음이야”라며 친구에게 러브젤을 추천하는 손님도 있었다. 유독 흥미롭게 구경하는 여성일행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호기심에 들어왔다는 김모씨(23·여)는 “일반 화장품 매장처럼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어서 좋다. 보는 것도 재밌고 툭툭 만져보기도 한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기자가 친구와 우머나이저 앞을 지날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직원이 다가오더니 친구에게 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건 흡입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동이에요. 이게 흡입제품인데 죽음이에요. 저는 이거 쓰다 죽을 뻔했어요. 남자들은 절대 알 수 없지만요.” 

설명을 듣고 옆쪽의 베스트셀링 바이브레이터 코너로 이동했다. 버튼이 네 개나 달린 바이브레이터를 들자마자 직원이 바로 달라붙어서 조작법을 알려주며 제품의 특징을 설명한다. 다른 제품과 곡선이 달라서 느낌에 미묘한 차이가 있고 특히 진동이 아주 강하다나 뭐라나. “만져보세요. 이쪽 재질이 크롬이라서 처음에는 차가운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쓰는 거지만요.”

한 손님이 레드컨테이너 홍대연남점 남성코너 앞에 서 있다./사진=강영신 기자

명동매장도 그랬지만 홍대매장도 직원들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어떤 직원은 자기가 사용해본 것처럼 말해주는데 진짜든 아니든 설명이 인상적이어서 제품에 관심이 간다. 왜 이걸 쓰는지, 이 제품이 어떻게 좋은 기분을 전달해주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물론 그걸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직원들이 어찌 그리 잘 아냐고 본사 측에 물어보니 철저한 교육이 이뤄진단다. 레드컨테이너를 운영하는 코스모스의 강현길 대표이사는 직원들의 전문성에 대해 “오래 일한 매니저들이 철저하게 교육을 합니다. 상품설명의 달인으로 만들죠”라고 말했다. 

◆핫한 곳이면 어디에나… 삐에로쇼핑에도 성인용품코너가?

지난 6일에는 요즘 핫한 삐에로쇼핑의 성인용품코너에도 들러봤다. 동대문 두타몰 지하 2층에 입점한 삐에로쇼핑을 요리조리 헤매다 성인용품코너를 발견했다. 망사속옷을 입은 마네킹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벽면에 주렁주렁 걸린 란제리가 보였다. ‘미성년자는 돌아가’라는 문구가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매장을 둘러보는데 제품 사이사이 붙어있는 재치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어이쿠! 월급이 통장에 있었네 질러야지’, ‘잠시만요 만져보고 갈께요’, ‘신음소리 주의해야 하니 집에서 사용금지’, ‘무교인데 이거 쓰고 천국 갔다옴’ 등등. 소위 ‘섹드립’의 향연을 살펴보다가 직원을 찾으니 다른 손님의 문의를 처리해주고 있었다. “콘돔 엑스라지 사이즈요? 잠시만요.” 

동대문 두타몰 삐에로쇼핑의 성인용품코너. /사진=강영신 기자.

기가 죽어 한참을 기다리다 다시 직원을 찾았다. 성인코너 직원에게 손님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물으니 2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찾아오고 친구, 연인, 부부마다 반응이 달라서 재밌단다. “40~50대 부부는 무엇이든 거침없이 물어봐서 오히려 이쪽이 곤란할 때가 있고 남자 손님 둘이 들어올 때 반응은 대부분 한결같아요. 문이 열리면 “여길 너랑 와야 하냐”는 말이 나오며 멋쩍은 표정으로 한두바퀴 돌아본 뒤 나가거든요.”

젊은 연인의 경우에는 처음에 새침한 표정으로 말없이 둘러본단다. “처음 와 봐” 같은 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하다가 몇 바퀴 돌고 나서는 품평회를 한다고. ‘이 제품은 이게 좋네, 가격은 요게 낫네’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즐겁게 구경하다 제품을 사가기도 한다.

가끔 진정한 마니아가 찾아오면 오히려 직원이 배우는 일도 있다. 직원 A씨는 “그런 분들은 이미 제품을 많이 써봐서 저희가 모르는 세세한 느낌까지 알려줄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손님들은 “성교육 받은 느낌이다”, “설명해주니까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리고 “혼자 살기 좋은 세상이다”, “남친 필요없다” 등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직원과 대화를 하는데 연인 한쌍이 문을 열더니 한 번 둘러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A씨는 “매장에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하면 무조건 들어온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손님이 없고 조용하면 그냥 문만 열었다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A씨의 말에 공감했다. 성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성인용품을 구경하는 건 꽤나 쑥스러운 일이다. 성인용품업계도 그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다고 했다.

성인용품업계 관계자는 “평범한 대학생이 편하게 들어와서 물건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지나치게 음란하고 어두운 성’의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남성용품을 따로 배치했다. 많은 남성용품의 케이스를 장식한 사진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담고 있어 수치심과 불쾌감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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