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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맛있는 수제 맥주요? 주세법부터 손봐야죠”

People /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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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 / 사진=한국수제맥주협회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현행 주세법은 ‘맛 없는’ 맥주를 만드는 데 최적화된 제도죠. ‘맛 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 장비, 인력을 쓰려면 모든 것이 주세에 반영돼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뿐입니다.”

주세법 개정에 큰 목소리를 내온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의 일성이다. 현 주세법은 값싼 재료와 장비 등을 사용해 세금을 줄이고 가격을 낮춰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상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내고, 국내보단 수입 맥주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소량생산 위주의 수제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이야기다.

◆ 기형적 구조의 주세법… 가격 경쟁력 ‘뚝’

맥주의 가격은 세금을 어디에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율은 72%로 동일하지만 과세표준에 차이가 있다.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출고원가인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다. 즉 국산은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합한 금액에 72% 세금이 붙지만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뺀 수입신고가(관세포함)에 세금이 붙는다. 수입신고가는 말 그대로 해당 업체에서 부르는 게 값. 싸게 매길수록 세금도 덜 낼 수 있다. 원가와 용량이 같은 맥주인데도 국내냐 수입이냐에 따라 세금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배경이다.

이런 현상은 현행 주세법이 맥주 가격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가세 안에서 특히 고가의 주원료나 부재료 등을 사용하는 수제맥주업계는 일반 제품 대비 2배 이상 많은 주세를 내고 제품 개발에도 애를 먹는 상황이다.

임 협회장은 “작은 업체일수록 제조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에 비례해 높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ㅡ한다”며 “작은 기업일수록 불리해지는 잘못된 세금체계를 용량에 비례해 책정하는 종량세 체계로 바꿔 중소규모맥주와 대기업맥주, 수입맥주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협회장은 세금체계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가 결국 국내 주류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울어진 환경에서 수입맥주는 ‘4캔에 1만원’, ‘4캔에 5000원’이라는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국산 맥주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결국 원재료 함량을 낮추는 등 수입맥주와 비슷한 생산 단가만 맞추는 ‘맛’ 없는 맥주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임 협회장은 “획일화된 맥주에 대항해 다양한 맛의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나온 수제맥주조차 제품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특히 소규모나 중규모 업체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없는 갈라파고스 같은 환경이 만들어져 국내 맥주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가 줄면 자연스럽게 고용도 쉽지 않다”며 “정부는 안일한 대응이 국내산업 기반과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루빨리 적절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종량세 전환… 아시아 맥주시장 메카로

그렇다면 현 종가세 방식이 종량세로 바뀐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주류업계는 종량세 전환 시 국내 맥주산업의 선진화는 물론 소비자 후생까지 증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종량세 적용 시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 가격이 1000원가량 낮아지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고급 수입맥주 역시 최대 10%까지 할인된 가격에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입맥주 점유율 1위인 일본산 제품은 리터당 117원 인하돼 최대 14% 세금이 하락하며 아일랜드 맥주도 리터당 176원이 인하된다.

경제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수입 맥주량은 32만6978KL(전체 맥주 출고량 194만8222KL 대비 점유율 16.8%). 종량세 도입에 힘입어 이 물량을 국내에서 전량 생산한다면 42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연 3631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 뉴욕 판매 1위 수제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코로나 등 유명 수입맥주사들도 종량세 전환 시 수입맥주 국내 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수제맥주가 출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예를 들어 비싼 가격으로 인해 활용하지 못했던 각 지역의 특산 재료를 사용한 로컬 맥주, 와인이나 위스키를 저장했던 오크통에 숙성시킨 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제맥주의 소매점 진출이 활발해져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수제맥주를 접할 수 있게 된다.

임 협회장은 “국내수제맥주시장은 최근 몇년 동안 4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미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적정한 규제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국내맥주시장에서 5%대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맥주산업이 성장하고 더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됨과 동시에 신 한류로서 아시아 맥주시장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빈 협회장은?
2003년부터 대전에서 바이젠하우스라는 하우스맥주업체를 운영. 현재는 충남 공주로 브루어리를 확장 이전해 대전·충청 대표수제맥주라는 타이틀로 회사를 운영한다. 2003년에 만들어진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에서 부회장을 거쳐 2017년 협회장직을 맡으며 한국수제맥주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활동중이다. 국내수제맥주산업 발전을 위해 주세법 개정 등 대정부사업을 주로 하는 수제맥주업체들의 대변단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수제맥주 홍보·기술개발 활동 등을 통한 수제맥주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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