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진 빈부격차… 돌아온 ‘최저임금 부메랑’

기사공유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소득격차가 심화되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장사다리의 허리가 돼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득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으로 이동하는 길이 막혔다. 이 때문에 흙수저·은수저·금수저 등 현대판 신분제가 등장하고 한탕주의가 확산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머니S>는 소득양극화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점검하는 한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불러온 문제점을 짚어봤다. 나아가 고착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타개할 대책도 살펴봤다. <편집자주>

[소득 불균형, 해법 없나] ② 깊어만 가는 양극화의 골

#. 손수레 가득 폐지를 싣고 끌고 다니는 노인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도 수중에 돈 몇천원 쥐기가 빠듯하지만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도로로 나설 수밖에 없을 만큼 삶이 열악하다. 비단 노인뿐 아니다. 결손가정이 많은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 대부분은 하루에 한끼니 이상을 굶는다. 이 아이들에게 배움과 교육은 말 그대로 사치. 가난의 굴레에 얽매여 꿈을 잃어가는 극빈층 아이들은 스스로를 ‘흙수저’라 말한다.

#. 강남에 위치한 한 수입명품 매장 개장식은 잔칫집을 방불케했다. 초청 손님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어지간하면 수백만원대였지만 손님들은 개업 인사치레라며 싹쓸이를 해갔다. 최근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연회장을 비롯해 객실 잡기도 힘들다. 연말행사와 호텔 패키지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주말은 풀부킹 상태다. 백화점 명품관은 늘 만원이다. 수천만원대의 한정판 명품백은 입고되는 순간 팔려나간다.

서울 시내 한 건물상가에 임대문의 글씨가 적혀 있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소득 양극화는 이렇게 세상을 갈라놨다. 그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저소득층일수록 고용 부진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벌이도 시원치 않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면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서 가계소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2.6%나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16.4%) 올렸는데도 오히려 저소득층 가구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고용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모씨(61)는 건설현장에서 보조 일을 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직장을 잃었다. 김씨는 매일 새벽같이 인력시장에 나와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일감을 따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불밝힌 인력사무소/사진=머니투데이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김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날씨까지 추워지니 하루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일주일에 4~5일은 허탕을 치고 집에 돌아오고 한번 정도 일을 나가는데 그마저도 사정사정해서 나가는 경우”라고 하소연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음식점, 치킨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오던 대학생 최모씨(23)도 최근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씨가 10월까지 일하던 김밥집에 무인주문결제시스템(키오스크)이 도입되고 아예 셀프매장으로 전환되면서다.

최씨는 “사장님이 인건비를 줄인다며 무인주문매장으로 바꿨고 자연스럽게 제가 할 일이 사라져서 그만두게 됐다”며 “여기저기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서인지 근무시간이 짧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마땅한 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5년간 피자집을 운영해온 박모씨(44)는 올 초 종업원 1명을 정리하고 아내와 둘이 일하고 있다.

박씨는 “작년까진 겨우겨우 이어왔는데 올해는 매출이 더 줄어 종업원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며 “아이가 둘인데 기본적인 생활비도 못 가져갈 순 없지 않냐”고 말끝을 흐렸다.

박씨는 현재 아내의 보조 아래 피자를 만들고 배달 나가는 일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이지만 이렇게 일해 박씨 부부가 버는 한달 순수익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

서울에서 8년간 커피숍을 운영해온 김모씨(38)도 장사가 안 돼 걱정이 많다. 작년 대비 매출은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김씨는 “안 그래도 경기가 나빠 장사가 안 됐는데 주변에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오고 나서는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지금은 직원 월급보다 더 적은 돈을 가져가고 있다. 허울만 사장”이라고 털어놨다.

자영업자 폐업 임대문의/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올 3분기 박씨와 김씨처럼 자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사업소득의 경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는 13.4%, 2분위(소득 하위 20~40%)는 1.5%, 3분위(소득 상위 40~60%)는 12% 가까이 소득이 줄었다.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3분위까지 타격을 받은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석이 지난해와 달리 9월로 돌아오면서 역기저 효과까지 겹친 데 따른 영향”이라고 말했다.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수부진으로 문 닫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4000명(-0.3%) 감소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역시 10만1000명(-2.5%) 감소했다.

◆ 최저임금 인상… 불평등 악순환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부진이 다시 고용시장 내 취업자 수 감소로 이어지고 이 같은 현상이 결국 소득 불평등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고 취약 계층과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깎이는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8년 겨울호 ‘지방정부 연구’에 게재한 논문 ‘우리나라 7대 광역시 도시 가구의 소득 불평등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로는 저소득층 소득을 증대시켜 지니계수(소득 분배지표)를 개선하지만 장기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면서 “이는 결국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지니계수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층 가구가 늘어나다 보니 돈 벌 사람 숫자가 적어진 것도 소득 불평등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 왜곡과 양극화 심화를 불러온다는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9호(2018년 12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