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 화장품, ‘10년마다 바뀌는 얼굴’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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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신화'를 이끈 화장품 로드숍이 위기다. 그간 누적된 내수 경기 침체와 브랜드 경쟁 심화, 온라인 쇼핑 증가와 달라진 유통구조 등에 적응하지 못한 로드숍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 것. 한때 잘 나가던 로드숍 브랜드들은 왜 한계에 직면했을까. <머니S>가 로드숍 브랜드 시장을 긴급 진단했다. 위기의 근본원인과 실태를 점검하고 생존전략이 뭔지 짚어봤다.<편집자주>

1960년대 활동한 방문판매 카운셀러 모습/사진=아모레퍼시픽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1세대 로드숍의 몰락] ④ 변화하는 환경, 생존전략은?


같은 브랜드의 로드숍 매장이 많게는 4~5개까지 입점했던 명동거리와 화장품 브랜드숍이 줄지어 있던 신촌·강남의 주요 상권. 한때 이름을 날렸던 화장품 브랜드숍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류 열풍과 함께 치솟던 인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국내 로드숍 브랜드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과 유통채널 위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반기 시장도 어두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시장 자체의 유통구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 방판에서 저가 로드숍… 유통시장 재편

과거 화장품시장은 10년마다 전환기를 맞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화장품시장은 전문점, 방문판매, 백화점으로 나뉜 구조였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형마트가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부상했고 백화점은 고가 프리미엄 화장품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방판채널은 성장을 거듭하며 전문점과 백화점을 압도하는 최대 유통채널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 아모레 방문판매원 이미지/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필두로 한국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나드리화장품·피어리스 등 중견 화장품업체는 ‘화장품 아줌마’들이 가가호호 방문, 화장품을 직접 파는 방판에 의존하며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중견업체의 위상이 급격히 허물어졌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화장품업계가 쇠퇴국면에 접어들었고 중견사들은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 이후 국내 백화점시장을 수입 브랜드들에게 내줘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되며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2000년대 초에는 ‘개당 3300원’을 앞세운 미샤를 시작으로 저가 브랜드숍이 줄지어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업체의 화장품을 동시에 판매하던 화장품 전문점의 폐업이 속출했고 자체 유통망이 없는 중견사들의 타격은 더욱 커졌다.

전문점이 무너지면서 화장품 브랜드숍은 승승장구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2010년 전후로는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 전체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치열한 경쟁을 시작으로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장과 온라인, 홈쇼핑 유통의 강세로 브랜드숍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국내로드숍 화장품 업계 비상/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중국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화장품 유통시장은 대기업 산하 H&B 스토어 위주로 재편, 로드숍의 입지 회복은 요원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장품 브랜드숍의 변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첫 변화를 꾀한 로드숍은 아리따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만을 판매했던 아리따움은 최근 타사 브랜드 59개를 대거 입점시키면서 편집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 8월에는 자사 온라인몰인 AP몰에 처음으로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화장품 유통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하기도 했다.

◆ 브랜드 리뉴얼… 해외 진출로 돌파구

로드숍 브랜드들은 기존 영역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맹점을 늘리기보다 기존 매장과 직영점을 강화하고 플래그십 매장 등으로 채널을 다변화해 고객 접점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와 LG생활건강은 브랜드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명동과 판교, 제주 등지에 브런치 카페를 겸한 그린카페, 그린라운지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린라운지는 매장이 아닌 체험 공간으로 들고나는 이용객이 600여종의 이니스프리 제품을 사용해 청결하고 안락하게 메이크업과 헤어 등 스타일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 신개념 파우더룸이다.

이니스프리 명동점/사진=김정훈 기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브랜드숍에서 편집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고 있다. 네이처컬렉션은 LG생활건강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H&B스토어와 유사한 형태의 매장이다. 네이처컬렉션은 현재 전국에 169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이 중 더페이스샵에서 전환한 매장만 전체의 40%에 달한다.

로드숍 1세대인 미샤는 12년 동안 미샤를 상징해온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바꿔 달며 재도약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강남에 첫번째 플래그십스토어 ‘갤러리 M’을 오픈하기도 했다. 토니모리의 경우 브랜드숍 중심에서 벗어나 ‘세포라’, ‘부츠’ 등 세계적인 뷰티편집숍에 입점하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과 마케팅에 적극적인 브랜드도 있다. 이니스프리는 미국, 일본, 호주 등 총 12개국에 진출해 총 584개점을 운영 중이다. 잇츠한불은 시그니처아이템인 일명 달팽이크림 시즌2를 출시하며 ‘왕홍’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다시 한번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트렌드를 읽는 것은 물론 기존 유통채널을 활용해 화장품시장에서 살아남을 돌파구를 찾는 것이 업계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화장품 편집숍과 온라인몰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기존 방식과는 차별화된 생존전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10년 뒤 흐름은?… 시장특성 미리 파악해야

전문가들은 경쟁사 제품과 트렌드를 모방하기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 트렌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저서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에서 “저가화장품의 주 고객인 2030인구가 10년 뒤에는 100만명 정도 줄어든다”며 “10년 뒤에는 오히려 2세대 꽃중년들이 화장품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화장품에 의학적 효능을 가미한 코스메슈티컬 제품과 같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미래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인구집단이 생겨나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며 “개인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산업의 미래에 관심을 두고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전망은 유통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트렌드가 바뀌는 데 따라 가장 적합한 소비자 접점이 어딘지 찾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위기를 맞은 로드숍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5호(2018년 1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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