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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밀가루, 일주일 끊었더니… "나는 병든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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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김경은 기자, 강영신 기자, 심혁주 기자, 류은혁 기자]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삶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알고 싶어서 사소하고도 중요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첫번째 도전은 이른바 '없이 살기'. 밀가루, 차량, 쓰레기, 염분 등 우리네 삶에서 한가지씩을 떼어내 일주일을 살아봅니다. <편집자주>


[OO 없이 살기] ① 밀가루 안먹고 일주일 살아보기  

마약 아니고 밀가루. /사진=이미지투데이

원래도 없이 살던 기자가 동료의 흉계에 휘말려 굳이 하나를 더 덜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른바 ‘없이 살기’를 체험하자는 기획이 채택된 것. 미니멀리즘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각광받기 전부터 통장 잔액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선도하고 있던 기자로서는 심히 당황스러운 기획이었으나 심지어 첫번째 주자로 나서는 불운(?)까지 얻었다.  

물론 이 충격은 부차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팀 내에서 ‘이 시대의 마지막 금욕주의자’로 불리는 기자의 삶에는 덜어낼 게 없었던 것이다. 집과 차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알쓰(술 못마시는 사람), 텔레비전 안 봄, 단벌신사 등. 도무지 가진 게 없는데 무엇을 더 줄이란 말인가.

그러나 기획을 이해 못한 걸 알았는지 사소한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언가를 일주일 정도 멀리하는 체험이라는 부연설명이 뒤따랐다. 그렇다면 단번에 떠오르는 것이 야식이었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인간의 본원적인 유희로 인정받아왔으나 치킨이 반(反)웰빙으로 규정된 이후 ‘근육돼지’들의 냉대를 받은 영역 ‘야식’.

내일은 안 먹겠다고 마음 먹지만 늘 자포자기적 쾌락에 지고 마는 기자에게 좋은 기회였다. 야식만 끊을 게 아니라 야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밀가루를 끊는 건 어떠냐는 권유를 받고 목표를 정했다.

밀가루를 일주일만 끊어도 툭 튀어나온 배가 눈에 띄게 들어간다는데 정말 그럴까. 라면, 만두 등 숱한 인스턴트식품으로 망가진 피부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간 밀가루 없이 살기에 도전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던 제품에도 밀가루가 들어가 있었다./사진=강영신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도전 첫날, 절반의 성공… '쾌거'

밀가루 끊기에 돌입하기 전날 저녁식사로 수제버거를 먹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밀가루 음식의 위험성도 찾아보면서 말이다. 밀가루음식은 비만 확률을 높이고 비만은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나아가 밀가루에 든 글루텐은 소화를 방해해 복통 등을 유발한다고. 

야식 중독인 기자도 어느 순간 두툼한 뱃살이 생겼다. 활동량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밀가루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자체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영향이 크다. 탄수화물을 과다섭취하면 인슐린의 작용이 무분별해지는데 인슐린이 사용 후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전환, 지방이 쌓이면서 비만상태가 된다. 밀가루를 안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할 수 있을 테니 의미 있는 시도가 될 터였다. 

1일차인 월요일 아침, 오래전부터 아침식사는 거르거나 대충 때우므로 어려울 게 없었다. 출근하는 길에 커피와 칼로리바OO라는 체중조절식품을 사서 책상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식품 원료를 살펴봤는데 첫머리에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밀가루(미국산 밀). 

점심시간에는 치킨버거가 맛있는 맘스OO를 갈 거라는 동료의 말에 혹해 출발선을 뒤로 미루고 말았다. ‘작심삼일’은커녕 세시간도 지나기 전에 무너져버리는 다짐이 얼마나 많던가. 그러나 월요병을 극복하고 일주일을 버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밀가루는 저녁부터 안 먹기로 했다.

점심을 배불리 먹어서 저녁은 굶었다. 저녁 9시가 넘어가니 마음이 흔들렸다. 어두운 방에 가만히 누워 만약 뭔가를 먹는다면 어떤 게 좋을까 생각했다. 치킨, 만두, 떡볶이, 튀김, 라면…. 밀가루 없는 음식을 찾기가 어려웠다. 

밖에서 음식을 찾아 헤매기 싫어 구입한 즉석조리식품. C사의 강된장보리비빔밥, 볶음김치덮밥 등이다./사진=강영신 기자

◆견과류로 허기 달래… 싱글족에겐 좁은 선택지?

화요일 이른 아침, 종각역 6번 출구 앞 푸드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어묵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러나 어묵에 밀가루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한 기자에게는 소용없을지니. 추적추적 비 내리는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칼국수가 나왔다. 날씨에 딱 맞는 음식이었음에도 기자는 과감히 고개를 돌렸다. 눈물을 감추기 위함이었을까. 닭갈비로 구성된 한식코너로 가고자 그랬을 것이다. 

3일차 아침에는 ‘하루견과’ 두 봉지를 사갔다. 한 봉지만 먹으면 배가 덜 차고 두 봉지를 먹으면 점심시간에 입맛이 없다. 

저녁에 귀가하니 전날 주문한 C사의 즉석밥 제품이 배송됐다. 저녁을 사먹으려고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걸 찾으니 당최 먹을 게 없었다. 돈까스, 햄버거, 칼국수, 짜장면, 짬뽕, 피자….

그래서 전자렌지에 잠깐 돌리면 한끼가 준비되는 즉석조리식품을 주문했다. 혼자 살며 끼니를 밖에서 때우다 보니 집에서 뭔가를 해먹는 게 자신도 없고 익숙하지도 않다. 앞으로도 계속 밀가루를 먹지 않으려면 요리를 해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밥 먹는 일이 스트레스가 될 줄은 몰랐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건 뭐가 있을까. 순대국밥, 뼈해장국, 비빔밥, 죽, 초밥, 생선구이. 적고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기자는 맛살튀김을 받지 않았다(위쪽). 식사할 때마다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살피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사진=김경은 기자

◆밀가루는 어디에나 있다

목요일 아침도 견과류로 허기를 달래고 점심에는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메뉴인 갈비탕을 먹었다. 그러나 문제는 저녁에 터졌다. 

퇴근길, 분식집에 가자는 동료의 손길이 얼마나 뿌리치기 힘든 것인지를 그동안 알지 못했다. 배고픈 자의 예민함, 따뜻한 공기가 흘러나오는 가게, 반겨주는 사장님의 다정한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맞물려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쌀떡볶이라 괜찮다니까.” 그 말을 남겨두고 등을 돌렸다. 

금요일은 비슷한 시간의 반복이었지만 여느 때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금요일이어서가 아니라 밀가루를 끊었다고 몸이 호소하는 듯했다. 시간이 아주 더디게 흘러갔다. 점심시간에는 편의점을 찾았지만 삼각김밥에도 밀가루가 들어가 있었다. 

그간 밀가루를 먹지 못해 몸이 허약해졌는지 토요일은 늦게 일어났다. 기력을 보충하려면 삼계탕 같은 걸 먹을 수밖에. 저녁에는 두부요리전문점을 갔다. 흐린 조명 아래서 “피부가 좋아진 거 같은데” 따위의 위로를 들으며 몸이 한층 개운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의의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일요일은 죽과 김밥으로 버텼다. 잔치국수를 후루룩 소리내며 먹는다면, 베이컨포테이토피자에 페퍼로니 토핑을 얹는다면, 수제버거를 더블로 주문하고 거기에 베이컨을 추가한다면,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는가. 

밀가루를 먹지 못한 한을 고기로 풀었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삼계탕./사진=강영신 기자

◆"밀가루 안 먹으니 고기가 몹시 땡겨"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 출근길. 점심에 채소 위주의 마라탕을 먹음으로써 일주일의 도전이 끝났다. 어떤 변화나 의의를 찾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전보다 속이 편안해진 건 확실했다.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일은 확연히 줄었다. 뱃살은 두툼한 게 그대로였고 피부상태는 아리송했지만 말이다.

전세계 테니스랭킹 2위인 조코비치는 밀가루에 든 글루텐을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체질을 개선해 잠재력을 끌어냈다고 하는데 이참에 숨겨뒀던 운동신경을 개발하고 싶다면 아예 끊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범인인 기자로서는 그냥 적당히 먹는 게 좋아보였다. 밀가루를 안 먹으니 상대적으로 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았달까.

어찌 됐든 밀가루를 일주일 동안 끊어본 기분이 어떤지 묻는다면 일요일에 떠올린 이 글귀를 전하련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생각건대 간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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