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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추석대목 맞은 광장시장, 활기차면서도 썰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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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활기 넘치는 광장시장./사진=뉴시스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지난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며 상인들의 곡소리만 들렸던 전통시장. 무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 지난 14일 광장시장을 다시 찾았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광장시장은 대목을 준비하는 상인들과 다시 모여든 외국인관광객들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 만남의 광장에서는 육의전 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이 사물놀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 무리를 지나 가까운 가게에 들어갔다.

◆폭염으로 매출 '뚝'… 추석에도 웃지 못해

가장 먼저 들른 생선가게의 사장 A씨(67·남)는 한달 전에 왔던 기자를 알아봤다. 장사가 어떠냐고 묻자 바로 “그냥 엉망”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폭염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졌는데도 여전히 그러냐는 질문에 “사람은 다니는데 대부분 외국인관광객이니 생선이 팔리겠냐. 우리는 그냥 개털이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손님이 반토막 났단다. 손님도 손님이지만 폭염으로 어패류의 씨가 마른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도미는 국산이 아예 없고 제사용 민어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병어는 지난해 추석에 한마리당 3만원가량 했던 게 올해 두배로 뛰었다면서 “폭염 때문에 씨가 말랐어. 지금 일본산이 많은데 우리는 쓰기 싫어서 물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야채가게도 사정은 비슷했다. 야채가게 사장 박모씨(72·여)는 “조선호박, 가지, 무 전부 가격이 두배는 뛰었다”며 “고추도 지난해에는 한근에 2만4000원이었는데 지금은 5000원이 더 비싸졌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입구/사진=강영신 기자

박씨는 폭염과 상관없이 물가가 너무 오르고 장사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인 추석장보기는 다음주부터 시작이지 않냐는 말에 추석이 대목이라는 말도 옛날 얘기라면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씨는 “요즘은 식구가 없잖아. 누가 음식을 하겠어”라고 말했다.

생선가게 사장 이모씨(69·여)도 음식문화의 변화가 매출하락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누가 집에서 밥을 해먹느냐면서 “삼촌(기자) 아침 먹어? 점심 사먹지. 저녁 어떻게 해결해? 그것 봐 사먹잖아”라며 여러모로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한탄했다.

이씨는 예전 복날이면 닭을 들여왔는데 불티나게 팔려서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을 이었다. “근데 편의점만 가도 봉지 하나에 삼계탕 재료가 깔끔하게 담겨 있는 시대에 누가 생닭을 사서 삼계탕을 해먹겠어.”

그러면서 광장시장은 원래 한복, 원단 폐백 등으로 유명했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는 먹거리로만 유명하니까 그쪽만 잘된다고 말했다.

◆먹자골목 '북적'… 한복·원단가게 '적막'

백씨의 말처럼 지난달 초 대부분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났던 먹자골목의 노점상들은 정상영업 중이었다. 먹거리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60·여)는 “폭염 때는 손님이 없으니까 다 문 닫고 쉬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손님이 70%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추석까지 기간이 남아서 그렇지 5일 뒤에 다시 오면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유모씨(48·남)도 “장사는 폭염 때보다야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재료값이 오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특히 바다에서 나오는 품목이 많이 비싸졌다고 우려했다. 오징어젓이 지난해 한근에 4000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2배가량 뛰었단다. 

지난 14일 오후 광장시장을 찾은 시민들./사진=강영신 기자

한때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한복·원단 가게가 위치한 별관과 특관은 폭염이 절정이던 여름과 마찬가지로 휑했다. 상인들은 결혼문화가 변하면서 한복도 하락세라고 말했다. 결혼식이 간소화되니 한복 찾는 사람도 줄고 한복을 평생동안 한번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상인은 “한복 자체가 사양길인 데다 손님이 별로 드나들지 않는 별관에 가게가 위치해서 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추석을 맞아 한복패션쇼를 진행한다는데 자체적으로 용틀임을 해도 젊은 사람이 입어주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이라면서 “(한복은) 섬유가 한복 기준으로 나와서 다른 데 이용하기가 힘들다. 헤쳐 나갈 길이 막막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별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모씨(79·여)는 “아직 개시도 못했다”며 “우리 같은 사람은 일해서 벌어먹던 사람이다. 집에서 나랏돈만 받기 싫어서 밖에 나와 장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세금은 오르지. 물건은 못팔지. 장사를 계속 할 상황이 안된다”고 한탄했다.

옆에서 대화를 듣던 자개가게 상인도 “지금 한창 바쁠 시간인데 밥이나 먹고 있다”면서 “평일에는 단골 아니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손님 없이 휑한 특관./사진=강영신 기자

◆불경기에 데이고 주차공간 없어 속앓고

광장시장의 대다수 상인은 폭염 때보다 나아졌냐는 질문에 불경기라고 잘라 말했다. 폭염과 무관하게 계속 장사가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손님은 지난해 이맘 때보다 절반으로 줄었는데 세금과 물가는 잔뜩 올랐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주차공간이 없는 점도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석 같은 대목에는 장보따리가 커지기 마련인데 주차장이 없으니 주차가 편리한 대형마트 등을 찾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 시범운영하는 자전거도로가 영업에 차질을 준다고 주장했다. 자전거도로가 광장시장 쪽으로 나 있는데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다가 딱지를 떼이는 일도 있었다는 것. 서울시에 투서를 넣었지만 아직도 대책이 없다면서 “시범케이스에 죽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광장시장에서 과일장사를 오래했다는 백모씨(70·여)는 추석 때만 반짝 정치인이 찾아오는 것도 꼴보기 싫다고 말한다. 그는 "추석 즈음이야 사람이 많으니 와서 봐도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알겠냐. 평상시에 와봐야 알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장시장의 문제를 다르게 설명하는 상인도 있다. 그는 “대부분의 시장이 그렇듯 이곳도 양극화 현상이 있을 뿐”이라며 “사람이 많이 다니는 중심통로와 그렇지 않은 곳의 대비가 크다”고 말했다.

또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전통시장이 장사도 잘됐고 현금도 긁어모았으니 그때와 비교가 돼서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부귀영화를 꿈꿀 때가 아니다. 광장시장 차원에서도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참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심통로와 달리 한산한 골목./사진=강영신 기자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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