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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자본과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

[인문학이 주목 받는다] ③ 인터뷰-박민영 문화평론가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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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문화평론가
언어·문화·역사·철학 등을 연구하는 인문학이 변방에서 주류 문화콘텐츠로 떠올랐다. 각종 강연에서 인문학은 인기만점 주제가 됐고 관련도서는 줄줄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갈증에 허덕이는 사람들, 그들의 갈등이 충돌하며 각박해진 세상…. 이런 세상에 지친 이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자아와 실존을 찾아 나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인문학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길잡이가 돼가는 분위기다.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신선한 수맥을 뚫고 있는 인문학을 조명해봤다. 인문학이 왜 각광받는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봤다. 또 인문학을 실생활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인문학이 주목 받는다] ③ 인터뷰-박민영 문화평론가 겸 작가


“인문학이 자본의 도구로 전락하는 속도가 가속화됐습니다.”

반기업 인문학 저자인 박민영 문화평론가 겸 작가는 최근의 인문학 열풍을 인문학의 ‘퇴조기’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문학 열풍 기간은 기업이 자사를 홍보하고 기업가 논리를 철학으로 포장하는 데 지식인들을 동원한 기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은 도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인문학 열풍의 배경은 '자본 권력 홍보'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탐구이자 분석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죠.”

박 작가는 인문학 열풍 기간 동안 독자가 늘어나지도 않고 사회의 진보 성향이 짙어지지도 않았다고 본다. 기업의 이익에 부합한 자기계발 코드의 ‘가짜 인문학’이었기 때문이다. 가짜 인문학 서적들은 ‘왜’라는 질문 없이 ‘어떻게’라는 내용으로 가득해 본질을 탐구하는 사고를 멈추게 하고 기업이 원하는 사고만 독자에게 주입한다. 본질적인 질문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흥미를 유발하는 인문학과 달리 이런 가짜 인문학은 독자들이 책을 지겹게 느끼는 원인이 된다.

그는 가짜 인문학의 배후 세력으로 자본권력을 지목했다. 자본권력이 인문학을 통해 정치권력을 점령하고 사회인식까지 입맛에 맞게 바꾸려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은 기업인을 존경하는 세계관을 조장해 자본권력이 지식인 계층을 잠식토록 하고 결국 정치권력까지 접수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자본권력이 인문학을 도구화하기 위해 학교를 장악했다고 봤다. “기업은 대학에 기부금 등을 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사진과 교수에 기업인 출신을 채워 넣는 방법으로 학계를 접수했죠. 아울러 대학 캠퍼스에 각종 기업형 프랜차이즈를 침투시켜 학생들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또 그는 기업인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것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린 기업인들을 비판적 시각 없이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이는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만든 재계와 정계의 연결고리가 바로 ‘기업 인문학’이라는 것.

“최근에는 취직도 잘 안되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이수합니다. 사실 경영학 자체가 150년밖에 안된 학문이기 때문에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죠. 이런 기업마인드가 팽배한 대학 분위기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사회와 학계로 진출하면서 기업 중심의 세계관이 확대재생산되는 겁니다.”

자본의 총공세, 해답은


박 작가는 자본권력의 궁극적인 이윤 추구가 완전한 형태의 정치권력 잠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자본권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할 경우 국가를 회사처럼 운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는 당연히 기업이 아니다.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한다면 국민도 이해관계에 따라 버릴 수 있다. 더욱이 전쟁 같은 참화도 궁극적으로는 기술발전과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된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윤을 위해 문명세계에 대한 전면적인 파괴를 저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저는 지금 상황을 사회 전반에 대한 자본의 총체적인 공세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등 기업인은 직접 권력을 접수하기도 했죠.”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본의 총공세가 본격화된 시점을 1997년 
IMF구제금융사태로 봤다. IMF를 통해 이뤄진 여러가지 경제개혁·개방이 기업에 권한과 권리를 위임해 이득을 챙길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또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국가권력 아래 있던 자본이 이전의 테두리를 벗어나 해방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업의 빚을 국가와 국민이 갚아주면서 기업은 손해를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으로 힘을 강화했고 이 강화된 힘은 정치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탐욕으로 가시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자본권력이 정치권력보다 우위에 있다고 봤다. 빌게이츠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대통령과 만난 당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던 모습은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우위를 가리는 데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자본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부의 독점을 제한하고 자본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의 정치권력 탈취는 부의 집중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그는 권력이 분할될수록 좋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전세계에 자본을 중심으로 한 신 봉건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봤다. 마이크로 소프트나 구글 등 세계적기업이 세계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삼성 같은 기업은 이들과 가신관계를 맺고 한국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자본권력이 정치권력을 접수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죠. 저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반기업 인문학>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최고의 글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글을 잘 쓰는 누군가에게 맡기려고 했었죠. 하지만 아무도 함께하겠다고 얘기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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