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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도 문화다] 착한 기업 만드는 ‘미닝아웃’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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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소비’의 시대가 열렸다. 이성적인 계획 아래 합리적인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고 사치를 경계하던 과거와 달리 자기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에 둔 소비가 보편화됐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는 더 이상 흠이 아니다. <머니S>가 달라진 소비문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7월 첫번째 일요일인 지난 1일.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는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1975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주요 소비층인 여성들이 정해진 날짜에 소비행동을 ‘파업’함으로써 영향력을 드러내려 했던 소비자 운동에서 착안했다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비하하는 여성혐오 광고제작 관행을 비판하고 임금 불평등 해소와 여성의 경제주권 회복이라는 의제를 가시화하는 게 목적이다. 일종의 ‘미닝아웃’(Meaning Out)으로 소비를 안하는 행위로 신념을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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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적 신념 ‘#’에 담아 공유

미닝아웃이란 자신의 취향과 신념(Meaning)을 소비로 ‘커밍아웃’(Coming Out·정체성 공개)한다는 의미다. 물론 과거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윤리적 소비와 같은 소비자 운동이 있었다. 미닝아웃은 여기에 더해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표현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해 말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처음 소개됐다.

미닝아웃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슬로건 패션’이다. 특정 슬로건이 표현된 옷이나 가방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해 배우 김혜수는 공식 석상에서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라는 문장이 쓰인 티셔츠를 착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네팔 출신의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은 ‘Future Is Female’(여자가 미래다), ‘I Am An Immigrant’(나는 이민자다) 등의 슬로건 티셔츠를 선보이며 정치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좌·우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경우도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한창이던 2015~2016년 유명 인사들이 ‘I’M IN’(EU 잔류지지)이 적힌 티셔츠를 입는가 하면 미국 트럼프-힐러리 대선 후보가 맞붙을 당시 ‘I’m with her’(나는 힐러리와 함께한다) 등의 옷을 입은 게 그 예다.

이처럼 미닝아웃이 패션에서 활발히 일어나는 건 패션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어서다. 신념을 드러낸 문구가 디자인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티셔츠 외에도 팔찌,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미닝아웃 도구가 출시되고 있다.

신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는 점도 미닝아웃의 큰 특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됐던 2016년 말 SNS에서 ‘#그런데_최순실은’, ‘#그런데_우병우는’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여론에 동참하듯 미닝아웃 역시 해시태그를 이용해 사회운동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여성소비총파업에 동참하면서 자신의 SNS에 ‘#여성소비총파업’, ‘#우리가_멈추면_세상도_멈춘다’란 해시태그를 다는 것도 이 일환이다. 불매운동을 위해 특정 업체 이름과 함께 ‘#불매’를 달기도 한다.

김나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치소비, 즉 소비에 가치를 담아 표현하는 건 소비를 통해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고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까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SNS의 해시태그 등)가 마련돼 미닝아웃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활발한 미닝아웃이 ‘착한 기업’ 만든다

그렇다면 미닝아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의 힘이 보다 강해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끄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소비자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소비 행동을 할 때 ‘착한 기업’이 강성할 수 있고 이는 건강한 사회로 이어진다”며 “소비자는 자신의 미닝아웃이 허공 속 외침이 되지 않도록 세상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입을 모아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적지 않은 기업이 소비자들의 미닝아웃에 동참해 ‘착한 기업’이 되려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4월 중국이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포장재 남용에 대한 반성이 확산되자 포장재를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생수업체 풀무원샘물은 플라스틱 양을 줄인 친환경 용기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낮췄다. 낮은 높이의 뚜껑인 ‘에코캡’을 토입해 국내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인 12.1g의 페트병(500㎖ 기준)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3년 대비 642톤 줄였다. 연간 597만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오리온사 제품.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2014년부터 포장재 크기와 잉크 사용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포장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도수를 낮추는 식이다. 2015년 말부터는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물질을 친환경·친인체 물질로 대체해 인체에 무해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그린포장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음료업체 코카콜라는 지난 1월 캔과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2030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까지 포장 용기의 평균 50%를 재활용 재질로 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코카콜라가 세계적인 ‘포장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한 건 소비자들이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 개인은 힘이 없지만 미닝아웃을 통해 형성된 여론이 세계적인 기업을 움직이게 했다는 뜻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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