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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한식 집합체 ‘궁중음식’ 명맥 잇는다

People / 김도섭 한국의 집 궁중음식보급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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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조선왕조에 이르러 가장 화려하고 발달된 차림을 갖추게 됐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한식의 정수는 ‘궁중음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궁중음식은 조선왕조의 몰락과 함께 잊혀져 ‘옛 임금의 음식’ 정도로만 기억하는 이가 많다.

그렇다고 궁중음식의 맥이 끊긴 것은 아니다. 궁중 문헌에는 궁중음식 조리법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지만 조선 말기 고종과 순종을 모셨던 한희순 주방상궁이 황혜성 궁중음식 무형문화재 보유자 등에게 전수했고 그 맥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가까이 하기에 먼 음식이 궁중음식이다. 대중화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맥조차 끊어질 수 있다. <머니S>가 궁중음식 전통의 맥을 이으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김도섭 한국의 집 궁중음식보급팀장을 만나 여러 얘기를 들었다.

김도섭 한국의 집 궁중음식보급팀장. /사진=허주열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궁중음식 복원·보급 앞장

문화재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의 집은 자극적이지 않고 그 맛이 담백해 많이 먹어도 속이 편안한 조선왕조 궁중음식 조리법의 맥을 이어가는 곳이다. 과거 임금에게 전국 각지 우리 땅에서 자라난 제철 특산품을 상에 올려 수라로 진상했듯 한국의 집은 신선한 국내산 식재료를 세심하고 정성스레 상에 차려낸다.

호텔캐피탈, 임패리얼팰리스호텔, 삼성에버랜드 등에서 근무하다 2002년 한국의 집 궁중음식보급팀으로 자리를 옮긴 김 팀장은 한국의 집 주방 책임자로 전통음식 보존과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한식으로 요리에 입문한 그는 옛 궁중음식을 복원하기 위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궁중음식 이수자 시험을 치러 최근 합격 통보를 받았다. 현재 궁중음식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는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원장으로 이수자는 20여명뿐이다.

“궁중음식은 지난 100년간 명맥만 유지하며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졌어요. 그 사이 격동의 시대를 보내며 식문화도 많이 바뀌었죠. 과거와 다른 현재의 식재료로는 정확히 복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현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범위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서울 중구 필동에 자리한 한국의 집에선 현재 녹음, 청우, 해린, 어진 4가지 형태의 궁중한정식과 점심특선으로 ▲대장금 오찬 정식 ▲가온식 ▲백화고갈비 ▲효종갱 ▲낙지골동반 ▲궁중신선로 ▲계절생선전 등을 선보인다. 수많은 궁중음식 중 이 메뉴를 보급하기로 한 이유가 뭘까.

“4가지 궁중한정식은 메뉴마다 특성이 있어요. 녹음은 외국인관광객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갈비찜, 전복채소구이, 대구어탕 등으로 구성했고 청우·해린·어진은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메뉴로 가격과 계절에 따라 나가는 음식이 조금씩 달라요. 식재료는 엄선된 국산품만 이용하죠.”

궁중음식은 옛 임금이나 먹는 비싼 음식으로 각인돼 있지만 점심 메뉴는 큰 부담이 없는 가격대의 전통음식도 많다. 김 팀장은 점심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음식, 저녁은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전통 궁중음식 중심으로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궁중음식연구원에 따르면 궁중음식 이수자는 한복선·한복진·권순애씨 등 여성이 19명이고 남성은 김도섭·이종민씨 2명뿐이다. 과거부터 여성들이 주로 궁중음식 요리를 담당했던 게 전통의 맥을 잇는 과정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여성이 주류를 이룬 분야에 남성인 김 팀장이 발을 내디닌 이유가 궁금했다.

“10대 후반에 한식으로 요리에 입문했어요. 호텔 주방에서 일할 때도 한식을 담당했었죠. 당시에는 한식이 외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 제대로 된 선생님이 많이 없었어요. 전통의 맥을 잇는 이들이 대부분 힘든 삶을 산다는 것은 알았지만 한국의 집에 오면서 궁중음식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고 그 매력에 빠졌어요. 10년 이상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문가가 됐어요.”

/사진=허주열 기자
◆누구나 빠지는 한식의 매력

김 팀장은 궁중음식을 포함한 한식의 매력을 한국인이라면 언젠가는 돌아가는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본인의 역할이 있음을 깨닫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식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강한 현대인에게 맞지 않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속이 편안하고 담백한 한식에 매료되는 이가 점점 많아지죠. 언젠가는 한식의 매력에 빠지지만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현대에 맞게 재포장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재포장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김 팀장은 궁중음식과 같은 한식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일은 구분해야 한다”며 “평생의 업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10가지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를 따로 꼽아 비교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으로 삼기로 결정했다면 중간에 그만둬서는 안된다”며 “시간만 때우자는 생각으로는 클 수 없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를 때까지는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뛰어다닌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주열 sense83@mt.co.kr  |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과 제약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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