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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두려움 없는 '국민닭발' 이용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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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과 상황이 그를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아니면 그의 선택이 그를 지금 여기에 이르게 했을까. 혹은 둘 다일까. 그의 지나온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예측 불가능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 막노동·과일 판매·일식전문점·공인중개사까지

“와. 라면 진짜 맛있네! 너 음식 한 번 제대로 배워보는 거 어때?”
우연이었다. 그가 요리학원을 다니게 된 건. 콩나물과 이것저것을 넣어 만든 해장라면을 먹고는 친구가 대뜸 던진 말에, 그는 빠르게 반응했다. 스물넷의 나이에 한식과 일식을 모두 배우러 요리학원을 다녔는데 그 중에서도 일식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일식전문점에 들어가 음식 만드는 법을 제대로,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었다.
▲ 월간외식경영 제공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한 달에 두 번만 쉬고, 매일 13시간 이상을 일했던 것 같아요. 당시 급여로 월 80만원 정도를 받았었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였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감사했지요. 외식업과는 그렇게 우연히 연을 맺게 됐어요.”

그의 가정환경은 어릴 때부터 좋지 않았다.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막노동이든 트럭에서의 과일 판매든 가릴 것 없이 돈을 벌어야만 했다. 특히 군 전역 후, 트럭에 과일을 가져다놓고 판매하는 건 쉽지 않았다. 땅콩을 팔 때는 나름 수입이 괜찮기도 했지만, 과일은 또 다른 범주의 제품이었다. 게다가 그 날 팔지 못하면 관리도 어려웠다. 

새벽시장에서 힘들게 구매해온 과일이 다 팔리지 못한 채 트럭 뒤편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날이면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남들 다 있는 희망이라는 게 나만 왜 없는 것인지’ 되뇌며 혼자서 끅끅 울음을 삼키는 날도 허다했다. 그렇게 10대와 20대 초반을 보냈던 그에게 있어 외식업은, 실낱의 빛으로나마 따스함을 전해주는 ‘옅은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일식전문점 4곳 정도를 거치며 많은 일을 배웠어요. 주방의 기본적인 업무에서부터 음식 만드는 일, 고객 접대와 서비스 등등 이 당시 배웠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요. 일식전문점에서 일하는 게 손에 많이 익숙해져가던 어느 날, 아는 형으로부터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에 대해 듣기 시작했어요. 제가 일하던 일식전문점에도 부동산과 관련된 손님들이 많이 오셨던 터라 한층 더 관심이 갔지요. 좋은 옷과 시계, 그리고 가끔씩 해외여행도 간다는 얘기에 내심 부러웠어요. 어린 나이에 그럴 수밖에 없었죠. 저는 하루 13시간을 매일 일해야 겨우 월 80만원을 받는데, 그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또 어느 날은 부동산 관련된 일을 하는 손님 한 분이 진지하게 그런 말을 건네셨어요. “여기 이 친구, 부동산 업무도 잘 할 것 같은데?”라고요.”

그렇게 그는 또, 아주 우연히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어가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처럼 어느 순간에 어떤 인연과 만나고 이어지는지가 삶의 전체를 뒤흔들어놓기도 한다. 그 순간은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서야 그 맥락을 겨우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는 무엇이든 계산하지 않고 매순간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보기로 한다. 아니 어쩌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바닥은 없으니 두려움 없이 어디든 발을 디뎠는지도 모를 일. 그의 나이 스물다섯.

◆ 첫 번째 식당, C급 상권, 일 매출 190만원

“공인중개사 일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서 스물여섯부터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 때 다양한 부동산 지식과 정보들을 얻었던 것 같아요. 약간의 돈을 벌기도 했는데, 금방 또 빠져나가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낮에는 일당 9만원 짜리 농장 일을 하기도 했죠. 하루 종일 햇밤을 따고 돌아오는 날이면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렸어요.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참 많이 안타까워했던 것도 같아요. 가지고 있는 돈, 그리고 지인들에게 일부 돈을 빌려 당구장을 운영해보기도 했는데 수익은 얻지 못하고 1년 만에 정리했죠.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했어요.”

그가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이기도 한 경기도 구리에서 외식업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애초엔 33m²(10평) 정도 되는 작은 매장에서 노가리 포차를 운영해볼까 했었다. 식재료 관리도, 운영도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괜찮은 입지를 2개월여 알아보다가 현재 <국민닭발> 본점이 위치해있는 자리를 눈여겨봤다. 그리고는 노가리나 건어물 외에 또 다른 괜찮은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한 아이템이 바로 닭발이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닭발은 그저 맵기만 하잖아요. 조금 덜 매우면서도 맛있는 닭발을 만들어 선보이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죠. 노가리나 말고 제대로 된 메뉴로 승부를 보고 싶었던 거예요.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었어요. ‘어차피 C급 상권이니까 식당 망하면 나중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이라도 해라’, ‘그 자리에서 얼마나 벌 수 있겠나. 유지만 해도 다행이지’, 뭐 이런 얘기들뿐이었죠. ‘그래. 기왕 시작된 일, 시작해보기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닭발전문점을 오픈했어요. 하루 30만원 정도만 벌자는 생각으로요.”

39.6m²(12평)짜리, 7개 테이블이 있는 작은 매장 <국민닭발>은 첫날부터 19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제대로 갖춘 시스템도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손님들이 들어오는 대로 메뉴를 내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이었다. 이용근 대표가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한 외식업 매장. <국민닭발>의 시작은 그랬다.

◆ 10평 내외의 작은 매장, 월 매출만 8800만원

오픈 첫 날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던 터라 시간이 지나도 매출은 얼마간 유지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매장 오픈 4개월 후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해 일 매출 26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여기서 더 밑으로 떨어지면 브랜드 이미지까지 손상될 것만 같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파악해야만 했다.

“맛의 기준부터 확실하게 잡아놨어야 했는데 손님들의 평가에 계속 흔들렸던 게 문제였어요. 어떤 손님이 너무 맵다고 하면 덜 맵게 만들었고, 누군가가 달다고 하면 단 맛을 줄였죠. 그러다보니 맛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이었죠. 다시 정신을 차렸어요. 모든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거라고. <국민닭발>만의 맛을 내고, 그 맛을 좋아해주는 손님들이 있으면 되는 거라고 말이죠. 그 때부터 아내와 함께 매일 밤마다 소스를 만들고 맛보고 시험했어요. 어떤 게 정말 맛있는 매운 맛인지, <국민닭발>만의 매운 맛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했죠. 그리고 6개월여가 흘렀을까요? 월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어요. 다시 제자리를 잡아갔던 거죠. 이젠 ‘맛과 서비스를 얼마나 정갈하게 내느냐’에만 힘을 쏟으려고 했지요.”

신기하게도 월 매출은 6개월마다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자만하지 않았다. 메인 메뉴인 닭발, 그리고 오돌뼈나 닭똥집을 제외하고는 그 외의 메뉴는 모두 빼버렸다. 닭발전문점은 닭발로 승부를 걸어야만 한다는 고집 혹은 신념이 자리 잡았다. 어느 정도의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긴 하지만, 그만큼 두터운 마니아층에게 사랑받으면 된다는 확신이 <국민닭발>의 맛과 메뉴구성을 훨씬 더 간결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매출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고 옆 매장을 인수, 확장해 지금의 59.5㎡(18평) 매장이 됐다.

“닭발을 즉석에서 숯불로 구워내는 것도 제게는 일종의 서비스였죠. 손님들이 제대로 구워진 닭발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닭발>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C급 상권의 열악한 곳이지만 손님들을 대하는 서비스만큼은 호텔 급으로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2013년 10월 오픈한 구리 본점은 지난해 7월부터 배달을 함께 시작하며 월 매출 8800만원 내외를 올리고 있는 중. C급 상권, 그리고 10여개 테이블만 있는 작은 매장에서 이 정도의 매출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닭발>은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창업 형태로 신규매장을 오픈하다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전국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오는 4월까지 5개 매장이 추가 오픈예정. 연내에만 10여개 매장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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