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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스타트업 코칭'이 취미라는 직장인

People/ 이정협 팀터바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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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팀터바인 팀장. /사진=팀터바인 제공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제겐 힐링이자 취미생활이에요.”
 
최근 만난 이정협(33)씨의 이야기다. 그는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몽땅 스타트업에 재능기부하며 보낸다. 주말 이틀 동안 20시간이 넘게 코치에 전념한 적도 있다. 이유는 하나, 재미있어서다.
 
◆ 스타트업 무상 지원이 취미생활

바야흐로 스타트업 시대다.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아이템을 갖고 세상을 바꾸겠다며 창업에 도전한다. 하지만 아무리 작더라도 기업을 운영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기본이고 재무·회계·인사·노무·법률·광고·마케팅을 다 해야 한다. 열정뿐인 20~30대 청년 창업자가 이를 척척 해낼 리 만무하다.

이정협 씨는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나 마케팅과 홍보 등 분야에서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재능기부 팀의 팀장이다. 팀 이름은 ‘팀터바인’(Teamturbine). 터보엔진의 핵심 부품인 터빈(Turbine)에서 이름을 땄다. 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의미다.

이 팀장의 아내와 친구 두 명을 포함해 총 4명이 활동한다. 팀원들은 모두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이다. 일과시간엔 본업에 집중하고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재능기부를 한다. 그는 이 활동이 “취미생활과 같다”고 했다. 팀터바인은 동호회인 셈이다.
 
그는 개인시간을 들여 스타트업을 만나고, 사비로 밥과 커피를 산다. 만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 모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임을 뻔히 알다 보니 얻어먹진 못하겠단다. 대신 함께 하는 활동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 특정한 활동에 비용과 시간, 열정을 투입하고 거기서 재미를 찾는다면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창업자들의 응축된 열정을 가까이서 느끼는 게 좋습니다. 도움을 받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하거나 성과를 내면 짜릿해요.”
 
◆ 홍보·마케팅 실무능력이 자산

팀터바인이 만들어진 건 2014년이다. 우아한 형제들과 쿠팡 등 국내 벤처 2세대로 불리는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으로 주가를 올리던 시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을 만났고 이들을 도와주며 자연스럽게 팀을 만들었다. 기업 홍보와 마케팅 부서에서 재직했기 때문에 관련 실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투자자를 상대로 한 피칭 준비도 도왔다. 이 과정에서 이 팀장은 친구들을 불러 모았고 팀을 결성했다.

그는 “처음에는 단발성으로 도와준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재미와 보람을 느꼈고 친구들을 끌어들여 팀을 만들게 됐다”며 “당시 함께했던 기업은 결국 없어졌는데 팀원들에겐 아쉬움이 남았고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을 도와보자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팀터바인은 현재까지 30여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코칭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을 이끌고 있는 와디즈(Wadiz)의 ‘투자 아카데미’에 신청한 16개 스타트업을 코칭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에 빠져있는 그에게 창업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봤다. 그는 “스타트업을 돕는 역할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재직 중인 회사에선 최근 스타트업 지원 부서로 발령해주기도 했다. 대기업에 재직하며 습득한 노하우를 스타트업에 전수해주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충분히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 팀장은 “우리가 만나는 스타트업은 언론에 소개되는 회사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언론에 소개되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유치했거나 주목 받는 아이디어로 궤도에 오른 회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팀장이 만나는 회사는 대부분 맨땅에서 시작하는 이른바 ‘흙타트업’이다. 자본금이란 개념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노동으로 비용을 충당하며 사업을 일궈나간다.

그는 “현재 스타트업계엔 우리와 같은 실무형 멘토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스타트업 멘토들이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라는 게 그 이유다. 이들은 사업의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지만 다소 추상적이다.

◆ ‘실무형 멘토’ 더 늘어나야

이 팀장에 따르면 초기 창업자들이 정작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사업의 본질이 아니라 ‘실무’다. 막상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 각종 신고서류 작성이나 기획서 작성, 제품 홍보 등 부차적인 일의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회사에서 이런 일을 처리하는 대리, 과장급에게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팀장은 팀에서 PR분야 코칭을 담당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도 이를 포장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해줄 일도 한두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창업자가 실무 멘토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피곤한 직장인들이 우리처럼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회사원과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가교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 팀장은 스타트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열정과 능력을 갖춘 창업가들을 좌절하게 하는 건 실패나 빈곤이 아니라 부모님의 만류나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글로벌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하는 현 시점이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본다. 지금 팀터바인과 함께하는 스타트업 중 초대형 성공을 이룰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글로벌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하는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을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 팀장은 “지금도 많은 스타트업이 자취방 한 구석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창업 준비에 여념 없을 것”이라며 “이들의 열정이 우리나라의 혁신을 이끌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윤신 chldbstls@mt.co.kr  | 

머니S 산업 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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