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는 성공의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드립니다.

[맛집로드] 전통과 현대의 교차로

다이어리알 추천 맛집로드 / 안국동 골목

기사공유

올해와 지난해를 되돌아봤을 때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어디였을까. 많은 사람이 모여 기뻐하거나 분노하던 곳인 안국역 부근이 아닐까 싶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안국동은 주거지지만 인사동 상권이 확장되며 자연스레 내외국인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난 곳이다. 골목을 거닐면 공방 중심의 상점이 많고 개인 갤러리가 밀집된 것을 볼 수 있다. 곳곳에 한옥이 보여 과거와 현재 어디쯤을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분위기는 지난해 이맘때와 확연히 달라졌다. 유쾌한 표정의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생기가 돈다.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안국동 골목의 맛집들을 찾아가 보자.

◆비어셰프 Be a Chef


/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골목 안에 위치한 ‘비어셰프’는 장소만큼이나 은밀한 다이닝 펍이다. ‘안국동에 이런 공간이?’ 할 정도로 의외성을 띄는 이곳은 메뉴도, 셰프도 정통을 표방한다. 뉴욕의 명문 요리학교인 ‘C.I.A.’를 졸업한 셰프가 주방을 맡는다. 아담한 한옥 아래에서 우리 맥주를 즐길 수 있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사진=임한별 기자


셰프가 뉴욕에서 실력을 쌓은 만큼 미국식 요리를 선보이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세계 각지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요리를 접한 경험을 살려 한식에 외국의 조리법을 접목하거나 외국음식에 한식재료를 사용하는 등의 변주를 준 요리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이탈리아요리인 리소토에 명란젓 토핑을 하거나 스페인요리인 감바스 알 하이오에 산초와 마라 소스를 추가해 얼얼한 중식의 매운맛을 선보이는 식이다. 어떤 요리에는 맥주를 넣어 조리하기도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곳을 이끄는 손봉균 셰프다. 미국의 맥주전문가 자격증 제도인 ‘시서론’(Cicerone) 국내 1호 취득자다. 맥주 소믈리에라고 생각하면 된다. 맥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맥주를 평가하고 감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에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해준다. 매장에는 그가 신생 양조장을 돌며 직접 마셔보고 고른 맥주 리스트가 준비돼 있다. 눈여겨볼 것은 외국맥주는 없고 전부 국내맥주로 구성된 점이다. 한국 수제맥주시장도 수준이 꽤 올랐고 외국맥주와도 견줄 수 있는 품질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메뉴판에 적힌 요리 이름도 어느 것 하나 대충 지은 게 없다. ‘빠다Butter황태자’, ‘닭크네 수秀감자503’, ‘명란한 보리 리소토’ 등 유쾌한 메뉴명은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계절재료를 맥주잔에 담아 거꾸로 뒤집어 내놓는 샐러드는 입맛을 돋우기에 적당하다. 샐러드 야채와 햇당근을 삶고 로스팅하는데 견과류와 살라미를 추가해 씹는 재미도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는 전부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데 맥주로 만들 때도 있고 계절에 따라 토마토나 천도복숭아 등 다양하게 바뀐다. 첫 메뉴가 샐러드인 만큼 가벼운 밀맥주를 곁들이면 좋다.

겨울엔 흑맥주 ‘굴라시’를 추천한다. 레드와인을 넣고 졸이는 프랑스 가정식인 부르기뇽(Bourguignon)에서 고안한 메뉴다. 흑맥주를 넣어 8시간 이상 저온조리한 스튜인 살치살 굴라시가 감자샐러드와 함께 나온다. 감자샐러드는 미국 남부식으로 거칠게 감자를 갈아 넣는데 부드러운 살치살과 제법 잘 어우러진다. 손 셰프가 추천하는 조합은 묵직한 흑맥주 스타우트다. 메뉴판에는 요리마다 어울릴 만한 맥주를 적어 뒀으니 치맥이 지겨운 맥주 애호가들이라면 꼭 방문할 만한 곳이다.

메뉴 큐민 햇당근 샐러드 1만1000원, 흑맥주 굴라시 2만3500원
영업시간 15:00-00:30 (토요일·공휴일 12:00- 23:00, 일요일 휴무)

◆마나님레시피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직접 만든 장아찌로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곳으로 문밖에 적인 ‘조미료 출입금지’라는 표어가 반갑다. 장아찌로 맛을 내는 방실비빔밥과 홍실국수가 대표 메뉴이며 수제치즈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도 별미다. 안동한우로 육수를 내고 우리 쌀로 만든 떡을 넣은 따실떡국도 한끼로 든든하다.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맛이 깔끔한 편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개성 넘치는 주인장 스타일에 얼떨떨할 수도 있다. 주문과 서빙, 계산까지 혼자 처리하기 때문에 기다림은 필수다.

방실비빔밥 9000원, 홍실국수 8000원 / 11:30-21:00

◆깡통만두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이태원에서 북촌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인기가 꾸준한 곳이다. 30년 가까이 손으로 빚어온 만두는 돼지고기와 두부, 부추의 비율이 환상적이다. 여러개를 먹어도 느끼함이 없다. 칼국수 면으로 만든 비빔국수가 인기 메뉴이며 겨울철에는 뜨끈한 김치손만둣국을 즐겨 찾는다. 여럿이 함께 이곳을 찾는다면 만두전골을 추천한다. 수북히 쌓인 야채와 버섯 위 고기만두와 새우만두, 자작히 얼큰한 국물이 특징이다.

비빔국수 8500원, 손만두국 9000원 / (점심) 11:30-15:30 (저녁)17:00-21:30 (일요일 휴무)

◆별궁식당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삼청동 초입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 직접 담근 재래식 된장과 안주인이 손수 만든 청국장이 이 집의 인기 메뉴로 메뉴도 된장찌개와 청국장이 전부다. 전북 무주 구천동에서 가져오는 콩을 옛날방식 그대로 온돌방에서 띄운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청국장은 손수 만든 장맛 덕에 특유의 고릿한 냄새가 나지 않고 콩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점심에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청국장 8000원, 파전 1만2000원/ (점심) 11:30-15:00 (저녁)17:00-21:30 (일요일 휴무)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