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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맛의 전설이 된 빈대떡 사장님

Poeple / 추근성 순희네빈대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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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근성 순희네빈대떡 사장. /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촤아아 치지지.’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을 지날 때면 경쾌한 빈대떡 굽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대로 달궈진 팬 위에 돼지기름을 넉넉히 두른 뒤 멧돌로 갈아낸 녹두반죽을 되직하게 올려놓자 ‘솨아아’ 빈대떡이 비 쏟아지는 소리를 낸다. 이렇게 돼지기름 위에서 튀겨지듯 구워진 녹두빈대떡의 고소한 냄새는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소리와 냄새를 따라가면 광장시장의 명물 ‘순희네빈대떡’이 보인다. 가게 한켠에는 ‘팀 버튼 감독도 극찬한 빈대떡과 막걸리’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빈대떡 하나로 외식시장의 전설이 된 순희네빈대떡. 이곳 추근성 사장(48)을 만나 ‘장사의 철학’을 들어봤다.

◆창업자 누나 뚝심 지키는 막내


“순희가 누구냐고요? 사촌 누님네 딸 이름이에요. 이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써온 이름이라서 순희네빈대떡으로 불리게 됐어요. 빈대떡 장사는 저희 큰 누님이 시작했고 이름은 추정애입니다. 추정애 누님이 순희네빈대떡 창업주인 거죠.”

추 사장은 순희네빈대떡 경영을 도맡고 있다. 회사원이었던 추 사장은 15년 전 병원에 입원한 누나 추정애 사장을 돕기 위해 이곳에 합류했다. 다리를 다친 누나가 회복되면 언제든 다시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은 지 어느덧 15년. 누나를 돕다 보니 어느새 마음은 가게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선 사업자 등록과 4대보험 가입을 했다. 창업주 추정애 사장을 위한 상표등록도 마쳤다.

“누나가 다쳐서 갑작스레 가게 일을 돕게 됐고 처음엔 일이 너무 고돼서 하루에도 몇번씩 그만두고 싶었어요. 일하다 보니 배가 고파 빈대떡 구울 때마다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 형제들 고생하는 거 보면 먹을 수도 없었어요. 손님은 계속 몰려오고요. 그런데 제가 빈대떡을 먹고 돌아가는 손님께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라고 인사하면 손님이 제게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그게 그렇게 감사하고 좋았어요. 그러다 이 가게에 본격 합류한 거죠.”

추 사장이 합류하면서 가게는 조금씩 성장했다. 노점에서 시작해 대형마트 스타 상품으로 거듭나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했다. 

“상표등록은 사업을 키우려고 한 게 아니라 당시 고생하는 데 비해 누님한테 남는 게 너무 없다 보니 그간 일궈놓은 것을 상징처럼 남겨두고 싶어서 캐릭터로 만들어서 등록했어요. 그게 발판이 돼 ‘맛 변하면 절대 안된다’는 누님 뜻과 함께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김치∙녹두가 빈대떡 맛 좌우”

순희네빈대떡은 1992년 서울 광장시장 내 26.4㎡(8평)짜리 노점에서 시작했다. 한자리에서 묵묵히 장사를 하다 보니 크고 바삭한 빈대떡이 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손님이 하나둘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러다 순희네가 프랜차이즈기업이 되겠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는 게 추 사장의 설명이다.

“사실 저는 프랜차이즈로 키울 생각이 있었어요. 빈대떡이라는 아이템이 너무 영세화된 것도 안타까웠고 저희의 노하우를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프랜차이즈는 절대 안된다는 누님 뜻을 꺾을 수 없어 모든 계획을 접었어요.”

창업주의 가치관 때문이었다. 순희네빈대떡은 ‘변하면 안된다’는 창업주의 뜻에 따라 가격도 16년 전 그대로다. 크기도 마찬가지. 메뉴 역시 녹두빈대떡(4000원)과 고기완자(2000원) 두 종류로 변함이 없다.

“녹두값이 10배 넘게 올랐어요. 그런데도 빈대떡 가격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박리다매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거죠. 맛은 변하지 않되 퍼줘야 한다는 누님의 철학을 절대 꺾을 수가 없어요. 어찌 보면 그 고집이 저희 형제들을 더욱 의기투합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의 기본 장사 철학 역시 창업주 누님과 같다. 변하지 않는 것. 여기에 발품을 파는 것이다. 

“장사할 생각이라면 우선 편한 운동화 3켤레부터 구입하세요. 그 신발을 신고 시장 조사를 하는 겁니다. 그 3켤레가 다 떨어지고 난 뒤 뭘 할지 결정하세요.”

◆“발품을 팔라, 변하지 말라”

프랜차이즈기업처럼 덩치가 커지진 않았지만 그 명성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했다. 이마트 측의 요청으로 2013년부터 간편식품으로 출시된 ‘피코크 순희네빈대떡'은 이마트의 대표 PB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빈대떡 제조비법을 이마트에 전수해 국내 전류 전문제조업체가 피코크 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2014년엔 세계 3대 식품전시회인 도쿄박람회에 소개된 바 있다. 또 이르면 내년 3월 대만 코스트코에 빈대떡을 납품할 예정이다. 

초심을 유지한 덕분일까. 중국의 사드(고고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서울 전통시장이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순희네빈대떡은 끄떡없다.

“중국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중국관광객이 많이 오면서 저희 가게를 찾아온 우리 한국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게 늘 죄송스러웠거든요. 지금은 반가운 얼굴들을 자주 볼 수 있어 좋아요.”

바싹하게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순희네빈대떡. 그 속에는 팍팍한 현실과 함께 따뜻한 이상이 들어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효선 rahs1351@mt.co.kr  | 

안녕하세요. 유통∙재계 담당 박효선입니다. 많은 격려와 질책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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