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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창고에서 시작한 '뚝배기양평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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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뚝배기양평해장국' 조미자 대표

때론 지리멸렬하고 잔인한 삶. 하지만 “즐겁다”라고 말하면 혹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정말 즐거워진다. 생각은 말과 행동, 그리고 일상으로 조금씩 축적되어 결국 인생 전체를 뒤집어버리기도 하니까. 모든 것에 늘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면 알 수 있다.

◆ 시장 한 가운데 2.5톤 트럭 위 그녀

“젊은 아가씨가 그렇게 욕을 하면 안 되지. 손님이 사과 몇 개 더 가져가는 게 아무리 억울하다고 그래도.”
그 말을 듣자마자 스물 둘의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사라는 게 제아무리 나를 독하게 만든다고 해도 그 정도를 넘어선 안 되겠다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악다구니만 가진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마음을 경계해야겠다고.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어려웠던 상황과 환경이 그를 성숙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

“손님에게 덤으로 사과 몇 개를 드렸는데도 2~3개를 더 집어가시는 거예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욕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한 손님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시는 거예요. 억울해도 욕을 하면 안 된다고.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말인 거 같아요.” 

5일장에서 채소와 과일 등을 팔던 아버지의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어린 그녀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직접 2.5톤 트럭을 몰며 장사를 시작했다. 

오빠, 그리고 여동생 둘과 함께 자라며 집안일 대부분을 그녀 혼자 도맡았던 터라 어떤 순간에도 힘든 내색 같은 거 잘 하지 못했다. 힘들고 어려운 때에도 눈물 대신 웃음을 지어보였던, 그만큼 그녀는 모든 걸 잘 참아냈다. 2.5톤 트럭 위의 그녀, '뚝배기양평해장국' 조미자 대표다.

◆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창고에서
한탄강변에 자리 잡은 허름한 창고. 우연히 그걸 보곤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창고 같은데도 1억원이라는 돈이 필요했다. 가진 돈은, 곗돈으로 받을 500만원이 전부. 투시도와 콘셉트 기획안을 정리해 집주인에게 들이밀었다. 가진 돈은 없지만 이 자리에서 꼭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집주인은 그 정성에 마음이 살짝 움직였는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을 제시했다. 이 정도만이라도 굉장히 파격적인 혜택,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가격을 더 깎았다. 

6개월 동안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 그 이후에는 월세 70만원. 끈질긴 흥정 끝에 결국 2년 계약으로 매장을 얻게 된다.

“근데 커피숍은 인테리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결정한 게 막국수 집이었죠. 남편과 함께 막국수 맛 집들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하고 제면기도 사고,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했어요. 매장을 오픈하고 나서도 나름 장사가 잘 됐죠. 찬바람이 불면서 막국수 매출이 좀 줄었지만 친척 중 한 명의 도움으로 해장국 만드는 걸 배웠어요. 동절기엔 해장국을 준비할 예정이었죠. 빚보증으로 힘들었던 것도 벗어나고, 이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건 착각이었다. 친척이 또 찾아와 700만원을 빌려갔다. 해장국 끓일 솥도 사고 빚도 갚을 돈이었는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빌렸던 크고 작은 빚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를 갚아나가기 위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 그렇기에 그 어떤 것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해 있었다.

◆  전국 총 25개 매장을 운영 중

“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인에게 현금서비스 400만원을 빌려 빚을 먼저 갚고,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학부모 중 한 명에게 300만원을 겨우 빌려 솥을 샀어요. 가을, 겨울에 해장국은 꼭 팔아야 했으니까요. 그게 지금 '뚝배기양평해장국'의 시초인 셈이죠.”

해장국은 막국수보다 몇 배나 더 많이 팔려나갔다. 하루 18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밤 11시에 매장 문을 닫은 후에는 남편과 함께 새벽까지 고기를 썰었다. 그리고 아침이 오기 전, 식당 한편에서 쪽잠을 청하는 날이 계속됐다. 해장국이 잘 팔리면서 여기저기 빌렸던 돈들도 점차 갚아나가기 시작했다. 돈을 빌릴 때 그랬던 것처럼 갚을 때에도 그녀는 조용히 울었다. 힘들 때마다 곁에서 힘이 되어준, 수많은 당신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해장국집이 잘 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몇천만원 투자해 곱창구이전문점을 또 하나 오픈하기도 했죠. 물론 1년도 안 돼 문을 닫긴 했지만요. 시간이 얼마간 지나서는 경기도 광주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해장국집을 오픈했어요. 경기도 광주에서도 매출이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2007년쯤에는 남편과 함께 프랜차이즈, 상권공부를 하러 다니면서 이후의 계획들을 꿈꾸기도 했죠.”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일부 주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와 공장에 대한 건 그 어떤 것도 빼앗길 수 없었어요. 남편과 함께한 것들은 제게 가장 소중했고, 그만큼 더 크게 키워나가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2015년 11월, 서울 장안동에 직영점을 오픈했죠. 이제 '뚝배기양평해장국'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한 거예요.” 

'뚝배기양평해장국'은 경기도 광주 본점과 서울 장안동 직영점 각각 1개씩을 포함해 전국 총 2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포천에는 462.8m²(140평) 규모의 공장까지 돌아가고 있다. '뚝배기양평해장국' 본점의 월 매출은 1억2000만원, 각 가맹점의 일평균 매출은 150만원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 모든 것의 끝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양평해장국’이라는 이름을 단 브랜드만 전국 10여개가 넘는다. 그 와중에도 오랜 역사를 지켜오며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얼까. 그게 갑자기 궁금해졌다.

“육수 위의 기름을 일일이 제거하고 10kg 단위로 포장해 각 매장에 공급하고 있어요. 단순히 효율성만으로 따진다면 굉장히 비효율적이죠.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고 식재료 패킹도 무겁고. 하지만 맛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음식을 먹으러 오는 식당이잖아요? 맛이 중요한 건 당연한 거죠. 마늘도 국내산만을, 고추씨기름도 가장 비싼 것만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공정을 처리하기 위해 손과 팔이 아픈 직원들을 보면 늘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조만간 액상형태로 바꿔볼까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죠.”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조미자 대표. 그녀의 개인적인 인생목표도 듣고 싶어졌다.
“어릴 때부터 소설가, 시인이 꿈이었어요. 아직도 그 꿈을 간직하고 있죠. 글도 잘 쓰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어요. 음, 그리고 사람관계든 비즈니스 관계든 모든 것의 끝은 사랑이라고 생각하죠. 앞으로도 이렇게, 따뜻하게 나누고 다독이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녀는 지난 세월이 전혀 힘들거나 슬프지 않았다고, 늘 즐거웠고 행복한 감사의 삶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느낀 그녀의 삶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픈 눈물을 많이 흘려본 사람의 눈은 부드럽다고 하던가. 그만큼 많은 것들을 그러안을 수 있는 따뜻함, 온기. 어쩌면 그녀에게 남겨진 삶의 가장 큰 유산은 그것인지도 모른다.
강동완 enterfn@mt.co.kr  | twitter facebook  |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편집국 선임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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