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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입는 아이스크림'을 만들다

People / 남광현 빙그레 마케팅1실 과장 & 김병관 스파오 기획팀 상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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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냉장고를 탈출해 옷걸이와 새롭게 만났다. 반팔 티셔츠 주머니에 쏙 들어가 있는가 하면 한땀 한땀 자수패치 포인트로 재탄생됐다. 일명 메로나티셔츠. 출시되자마자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약 한달간 주당 목표 판매량을 120% 초과 달성 중. 이 추세라면 이번 시즌 전에 ‘완판’(완전 판매)이 예상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메로나의 이러한 파격 변신에는 빙그레와 이랜드 스파브랜드 스파오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 스파오 매장에서 만난 남광현 빙그레 마케팅1실 과장과 김병관 스파오 기획팀 상품 MD 주임은 “펀(Fun) 마케팅에 힘입어 메로나티셔츠 시리즈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보세 패션숍에 메로나티셔츠를 표방한 ‘아이스크림 티셔츠’가 등장하기도 했다.


(왼쪽부터)남광현 빙그레 마케팅 1실 과장, 김병관 스파오 기획팀 상품 MD. /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 ‘먹는’ 메로나에서 ‘입는’ 메로나로

빙그레에서 8년간 영업을 담당했던 남 과장은 어떻게 하면 아이스크림을 냉장고 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올해로 25살인 메로나를 포함해 비비빅(45살), 캔디바(33살), 더위사냥(29살), 붕어사만코(27살) 등…. 인지도 높은 장수브랜드를 많이 확보한 빙그레지만 동시에 주소비층도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게 큰 딜레마였다. 젊은세대와의 소통이 절실했다.

“소비자들이 비비빅하면 떠올리는 단어가 할머니, 시어머니 등이었어요. 나이 든 브랜드를 젊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죠. 그러다 젊은 세대들이 가장 흥미롭고 빠르게 유행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로 패션을 떠올렸어요. 대중적인 장수브랜드와 패션을 재미있게 조합시켜보자고 해서 색다른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시도하게 됐죠.”

빙그레 측으로부터 협업 마케팅 제안을 받은 김 주임은 차별화 기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레트로트렌드가 유행하는 것에 주목, 오래된 브랜드도 캐릭터로 재밌게 풀면 고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스파오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2종류의 디자인이 완성됐다. 하나는 가슴부분에 새겨진 자수형태고, 하나는 포켓에 아이스크림이 반쯤 들어가 있는 듯한 나염형태다.

“포켓 안을 열면 메로나 글씨와 함께 아이스크림 나머지가 보이는 디자인은 바이럴 요소를 담아 재밌다는 반응이 많아요. 기획 단계에서 살짝 튀는 메로나 컬러에 대한 선호도가 낮을 것을 대비해 초도수량을 적게 설정했는데 오히려 출시 후 소비자들은 메로나 컬러를 선호하더라구요. 그 즉시 리오더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메로나에 이어 빙그레의 대표브랜드인 비비빅, 캔디바, 쿠앤크, 더위사냥 등도 티셔츠로 재탄생됐다. 빙그레 티셔츠 시리즈는 1만9900~2만5900원의 '착한 가격'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10대의 커플티 혹은 20~30대의 특별한 선물 아이템 등으로 인기다. 김 주임은 빙그레와 진행한 협업에 스토리가 담겨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전엔 옷이 예뻐서 구입했다면 이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소비트렌드인 것 같아요. 고객조사 중 만난 한 고객은 친오빠가 붕어싸만코를 너무 좋아해서 생일선물로 붕어싸만코 티를 샀다고 하더라구요. 이 경우 그 선물은 단순히 티로 그치지 않는다는 거죠. 스토리가 담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큰 소비효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스파오 빙그레 콜라보레이션 사진제공=이랜드 스파오

◆ 이중 브랜드 협업, 빙과시장 한계 극복 

실제 메로나티셔츠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스파오 강남점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빙그레와 이랜드의 성공적인 협업 이후 식품과 패션브랜드의 이종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남 과장은 말한다.

“지난해부터 식품업계에 협업 바람이 많이 불고 있죠. 대부분 식품과 식품이 만나는 한정된 협업이었다면 이랜드와 협업 이후 식품 외 카테고리로 접근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업계 변화도 이끌어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큰 바이럴(입소문)이 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죠. 저희가 원했던 브랜드가 젊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달까요.”

빙그레와 이랜드는 이번 성공적인 만남을 계기로 앞으로도 재미있는 시도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빙그레는 빅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빙과시장의 한계를 인지하고 시대에 맞는 이종 브랜드 제품 출시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메로나티셔츠 시리즈 외에도 앞서 출시된 메로나 수세미, 휠라와 함께 내놓은 메로나 슈즈나 오는 8월 출시될 예정인 2080 메로나 칫솔 등도 그 일환이다. 

스파오 역시 빙그레 외에도 현재 10여개의 협업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 중이다. 컬래버레이션이 옷으로 구현됐을 때 어떤 콘셉트를 나타내는지, 소비자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신선한 시도를 해나가겠다는 게 김 주임의 설명이다.

빙그레와 이랜드 스파오의 협업은 “이런 협업이 가능해?”라는 질문의 해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조용히 나이먹는 브랜드로 남기보단 패션과 손 잡는 파격을 택한 빙그레. 이번 협업을 통해 이름을 다시 알린 ‘젊어진’ 빙그레의 다음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8호(2017년 7월26일~8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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